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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상 수상소감]특종 기쁨보다 총체적 부패에 씁쓸

대상-이용호 게이트 특종보도(한국일보)

배성규 한국일보 기자  2002.01.30 11: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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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게이트’가 인구에 회자된 지도 벌써 5개월째. 이젠 끝날 때도 됐다는 일반의 기대와는 달리 사건의 파문은 대통령 친인척과 청와대 수석 등 권력 핵심부로 점점 확산되고 있다. 그 끝을 종잡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제일 먼저 ‘이 게이트’를 보도한 기자로서 특종의 기쁨보다는 총체적 부패고리의 깊이에 충격과 씁쓸함을 지우기 힘들다.

이용호 게이트는 여름 햇살이 아직도 따갑던 지난해 초가을, 평범한 벤처 비리사건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수상쩍은’ 냄새가 물씬 풍겼다. 이씨의 배후에 정치인과 폭력배가 있다는 소문이 떠돌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이씨가 구속된 며칠 뒤 검찰 주변에서 ‘이씨가 지난해 검찰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로 풀려났다’는 미확인 정보를 입수했다. 본격적인 추적이 시작됐고 이것이 ‘이 게이트’의 길고 긴 터널의 시발점이었다.

검찰간부와 검사들을 상대로 확인취재를 벌인 결과 구체적 사실관계와 함께 ‘검찰 고위층의 외압으로 내부갈등이 심했다’는 정황까지 드러났다. 그러나 담당검사는 “사건내용이나 처분결과에 대해 일체 말할 수 없다”고 자물쇠를 채웠다. 결정적인 입증자료나 진술이 필요했다.

그때부터 검찰수사 및 재판기록을 뒤지기 시작했다. 관련부서를 하루에 3∼4차례씩 찾아가 기록열람을 부탁하고 수차례 확인작업을 거쳤다. 마침내 2000년 서울지검 특수2부가 이씨를 횡령 등 혐의로 조사한 뒤 무혐의 처분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씨 관련 사건이 60여건에 달하고 상당부분 무혐의 처리된 사실도 알아냈다.

이덕선 당시 특수2부장도 결국 이씨를 긴급체포하고도 무혐의 처리한 사실을 시인했다. 이후 신 총장의 동생과 임휘윤 고검장, 김태정씨 등의 연루 사실도 속속 드러나 최악의 ‘검란(檢亂)’사태로 발전했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 ‘어떤 범죄나 비리도 언젠가는 드러난다’ 검찰의 유명한 수사격언이며 검사 자신도 그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묻혀진 비밀과 비리가 그냥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진실을 파헤치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며 그것은 바로 기자들의 몫이다.

지난 5개월간 검찰 출입기자들 모두가 ‘4대 벤처게이트’에 파묻혀 퇴근도 못한 채 숨겨진 진실을 찾기 위해 갖은 고생을 했다. ‘이 게이트’의 진실이 드러난 것은 바로 그들 모두의 노력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본보팀은그들을 대신해 상을받을 뿐 모든 영광은 함께 고생한 동료기자들의 몫이다. 또 이 시간에도 묵묵히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대다수 검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