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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상 수상소감]거대해진 윤게이트 보며 허탈

취재보도 부문-수지김 사건 7년 추적기(신동아)

이정훈 신동아 기자  2002.01.30 11: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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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졸업식 때 우등상을 받고는 처음으로 상을 받는 것 같다. ‘나는 상복 없는 놈이다’라고 규정하고 맘 편히 살아왔는데, 지난해말 수지김 사건이 터지면서 마음이 흔들려 버렸다. 회사 특종상을 필두로 앰네스티언론상·연세언론상·이달의 기자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욕심이 생겨버린 것이다.

‘과거에 특종하고도 상을 받지 못한 것은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운이 없어서였다’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면서 억울한 마음마저 생겼다. 갈수록 오만해져 갔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는 상복 없는 놈이다’하던 시절로 마음을 되돌려야 하겠다.

1995년 5월 수지김 살해 사건을 취재하고 2000년 1월 ‘주간동아’에 처음 기사화 할 때까지 나는 수지김 사건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집중해야 할 새로운 사건들이 봇물처럼 쏟아졌으므로 수지김 사건에 대한 집착은 약해져 갔다. 때문에 주간동아에 수지김 사건을 처음 보도했을 때 나는 상당한 해방감을 느꼈다.

그로부터 만 1년 10개월이 지나 윤태식이 기소되자 거꾸로 수지김 사건이 나의 발목을 잡았다. ‘신동아’ 12월 호에 수지김 추적기를 쓸 때 이미 나는 윤태식 게이트의 상당부분을 알고 있어, 일부를 기사화 하였다. 신동아 기사로 인하여 졸지에 수지김 전문기자가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윤태식 게이트는 내가 아는 범위를 넘어서 버렸다. 특히 마음 아팠던 것은 언론사 선후배들의 이름이 거론될 때였다. ‘1995년에 수지김 사건을 쓰게 해주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과거 상복 없던 시절의 특종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 사건 역시 허탈감으로 귀결된 것이다. 이제 정말로 수지김과 윤태식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특종! 이제 잔치는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