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면부지의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보다는 평범하게 주위에서 보아온 것이 어느 날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을 때 우리는 더 큰 공감과 감동을 느끼는 것 같다.
‘난곡 시리즈’가 독자들의 좋은 평가를 받게된 것도 바로 이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많은 독자들에게 기억 속에서만 남아있는 줄 알았던 풍경과 그리고, 자꾸만 지난날 어렵게 살아가던 시절의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바로 주위에서 다시 찾아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서울의 일부로, 담장 너머 가까운 곳에 엄연히 자리잡고 있었지만 근대화·고도성장의 과정에서 변두리로 밀려나기를 거듭해 차츰 그 존재에 대한 기억마저 희미해져 갔던 것이 사실일 게다. 기억하고, 감상에 젖을 여유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난곡 시리즈’가 그 희미한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고, 가까운 곳에서 그 기억이 아직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주었던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은 어찌보면 여간 다행스러운 게 아니다. 온갖 비리와 의혹으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시끄러웠던 한해를 보낸 사람들의 휑한 가슴에 ‘난곡’의 이야기가 그만큼의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은 ‘비리와 의혹’ 그 아수라장 속에서도 아직 세상은 살아볼 만하다는 사실을 역설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의 멀지 않은 기억 속에 어떤 형태로든 비슷한 모습의 ‘난곡’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곡’은 어느 날 갑자기 발견하게 된 새로운 그 무엇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 주위에 있었지만 느끼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