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한국기자상 수상소감]농민들과의 가슴 아픈 만남 잊을 수 없어

기획보도부문-우루과이라운드 10년, 우리농업 어디로 가나

정인열 매일신문기자  2002.01.30 13:31:13

기사프린트

먼저 이렇게 큰 상을 받고나니 주위의 축하와 달리 마음은 착잡하다.

갈수록 어렵고 황폐화되는 농업을 주제로, 농민들의 아픔을 취재해 상을 받는다는 것이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수십억원을 들인 첨단 농사에 뛰어들었다가 가산탕진은 물론 가족들 생계마저 위협받고 은행과 채권자들을 피해 도망 다니던 사람들. 이웃 빚보증과 늘어난 부채를 견디지 못해 야반도주, 고향을 등져야 했던 농민….

그렇게 시작된 가슴 아픈 농민들과의 만남은 지난해 10월 중국 농민들과의 만남으로까지 이어졌다. 물론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겠지만 세차례에 걸친 중국 둘러보기는 나름대로 중국농업을 엿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특히 이번 취재를 통해 기자는 외국 유학파 관료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들은 비교우위론이나 신자유주의론으로 무장, 세계화를 외치며 농업을 너무 홀대시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될 정도였다. 돈만 있으면 과연 원하는 농산물을 언제든지 살수 있을까. 그들 생각대로.

수십년을 내다본 미국과 농산물 수출국들의 상술 앞에 우리가 너무 순진한 것이 아닌가 반문하고 싶다. 과거 쌀 대신 밀을 원조하며 우리 입맛조차 밀가루 선호(기자는 PL480효과로 부르고 싶다)로 바꾼 그들이기에 무엇인들 못할까. 답답할 뿐이다.

이번 연재물은 90년대 UR협상을 지켜보며 우리 농업에 매달려 책까지 출판했던 박종봉 사회2부장의 기획과 무조건적 지원, 전국 최초로 UR기획단을 만들어 발빠른 대처에 나섰다 건강까지 잃는 고통을 겪었던 경북도청 이태암 농정과장을 비롯한 여러 분들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 그리고 함께 해야 할 시간들을 빼앗겨 버렸던 우리 가족-연화 주원 주혁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