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초순. ‘부산아시안게임 굴욕적인 시드니 밀약’ 기사의 출고를 앞둔 나에게 편집국장이 툭 던지고 간 말이다.
사실 그랬다. 나는 당시 여러 확인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시드니 밀약 사실을 알고 난 뒤 관계자들로부터 ‘협박 반, 회유 반’조로 전해들은 ‘국익론’에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그들은 말했다. “신 기자가 보도하면 2천만달러 날아가 버려요. 그러면 아시안게임 못할 수도 있어요.”
이들의 국익 논리는 순간 나를 갈등시킨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다시 평상심을 되찾을 수 있게 한 것은 ‘분노’였다.
그들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머리를 조아리며 볼모성으로 예치한 2천만달러라는 거액이 무슨 돈인가. 그 돈은 국민의 혈세와 다름없다. 그런데도 당시 아시안게임 준비를 책임지고 있는 몇몇 고위인사들은 ‘언더테이블’이나 다름없는 절차를 통해 마음대로 집행했다. 그것도 언론에 드러나면 2천만달러를 인출하겠다는 터무니없는 조건들을 수용하면서까지.
조직위는 지난해 10월 우선 1천만달러를 회수했다. 하지만 나머지 1천만달러는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받기 때문에 아시안게임 준비를 위한 부족분을 금융기관에서 빌려써야 하는 ‘굴욕적인’ 현상이 계속 연출되고 있다.
끝으로 이 기사를 ‘물건’이 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신 편집국장과 체육부장 및 편집국 선후배들, 그리고 양심적인 취재원들에게 머리 숙여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