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4월 26일 봄 개편과 함께 6개월 동안 방송돼 한국기자상의 영광까지 거머쥔 보도기획 ‘르포 섬’은 방송뉴스 전형에 대한 이른바 ‘비틀기’의 산물이었다.
뉴스 리포트는 항상 1∼2분 정도가 최적인가? 특정 소재에 한해서는 혼자 단촐하게 작업할 수는 없을까? 이런 ‘되바라진’ 의문이 평소 동경해오던 먼바다 낙도의 환상과 결합해 최근 유행하는 VJ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기에 이른 것이다. 기자 혼자 취재, 원고작성에 촬영, 편집까지 도맡은 데다 한 꼭지가 무려 4분에 이르는 기형적인 뉴스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러나 당초 ‘색다른 뉴스’ 정도에 불과했던 ‘르포 섬’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쇠락해 가는 낙도의 현실과 이를 생생하게 담아낸 디지털 카메라의 찰떡 궁합에 힘입어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와 주변의 관심을 모아 갔다. 기존 출입처 업무에 더해져 때로는 악몽처럼 다가왔던 매주 목요일 연작의 부담을 27차례나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분위기가 가져다 준 ‘성공 예감’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카메라 목에 걸고 배낭 매고 무작정 떠났던 첫 뱃길이 기억에 생생하다. 바다마저 고르지 않아 멀미까지 심하게 하고 섬에 내려보니 그저 막막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섬의 시골 인심은 이때부터 기자를 감동시켰다. 취재원이자 가이드로, 때로는 배편까지도 무료로 알선해주며 섬 주민들은 기획이 마무리 될 때까지 든든한 후견인이 돼 주었다. 수상소감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기획 초기, 칭찬으로 힘을 주신 선배 한 분은 한국기자상 수상 소식을 듣고 ‘사실 그 상은 좀 과분하다’며 이번엔 따끔한 충고를 주었다. 때로는 격려로 때로는 충고로 나를 다잡아준 선·후배 동료들과 영광을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