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난형난제' 경합 치열…'윤태식 게이트' 재논의 뒤 수상 결정

[제136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이진협 심사위원  2002.01.30 13:44:40

기사프린트

이진협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매일신문 서울지사장



2001년 12월 ‘이달의 기자상’ 출품작은 모두 25건으로 평소 30여편이 넘던 것에 비해 작품수는 적었지만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들이 많아 심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8편이 응모한 취재보도부문은 각 작품들이 난형난제일 정도로 우수해 평소 같으면 기자상을 받을 만한 작품들이 탈락되기도 했다.

그러나 취재보도·지역기획취재 2개 부문은 수상작으로 선정된 작품에 대해 일부 회원사들이 ‘엠바고 파기’와 ‘타매체 선행보도 및 기사 표절’을 이유로 이의를 제기, 재심사를 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취재보도부문은 당초대로 수상작을 결정했으나 지역기획취재부문은 소위원회를 구성, 취재보도 과정에 대한 정밀 심사를 거쳐 31일 최종 확정키로 했다.

우선 8편이 경합을 벌인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윤태식게이트 단독보도’(문화일보)와 ‘신광옥 법무차관 민정수석때 진승현씨에 1억 받았다’(중앙일보) 등 두 편이 공동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윤태식…’은 이 보도를 통해 정·관계 등에 펼쳐진 광범위한 로비가 드러난 계기가 된데다 정치부 기자가 지나치기 쉬운 정계의 소문을 추적, 보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법조 기자들이 엠바고 기사인데도 불구하고 문화일보가 이를 깼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심사위원들은 재논의했지만 이 사건의 파장과 국민의 알권리가 엠바고에 우선한다는 점을 감안,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신광옥…’보도는 보도한 수뢰액수와 검찰수사로 드러난 금액과 차이가 있었지만 특종보도라는 데는 이의가 없었다. 신 전 차관이 직접 진씨에게 돈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 뒤늦게 밝혀짐에 따라 제목이 법률적 시비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군납비리 축소의혹 추적’(세계일보), ‘수지김 경찰 재수사 국정원의 압력으로 중단’(한국일보), ‘최종길 교수 창밖 던졌다’(국민일보), ‘나이키 미사일 8%만 발사가능’(연합뉴스)도 탈락했지만 안타까운 작품들이다. ‘군납비리…’는 접근하기 어려운 군납과정에 얽힌 부정을 보도 과정상의 갖은 압력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보도, 현역 장성 2명이 전역할 정도로 파문이 큰 기사였고 ‘수지 김…’작품도 전직 경찰청장이 구속될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컸지만 근소한 차이로 다른 작품들에 뒤졌다.

‘최종길…’ 기사는 의문사 진상위의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인데다 반대 증언도 있어 선정하기에는 무리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강제노역 벌금 247만원과 바꾼 목숨’(SBS)등 5편이 응모한 기획보도부문에서는 ‘강제노역…’이 보름간의 심층취재를 통해 소외된 사람들의 인권을 적나라하게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5편이 출품된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서는 CBS대전의 ‘사실로 드러난 건양대 담합’과 ‘입시용 유도단증 매매기승’(부산일보) 두 편이 경합을 벌였으나 라디오 방송이라는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 의약분업 이후 말썽이 되고있는 병원과 약국간의 담합문제를 심층적으로 연속 보도한 CBS대전에게 돌아갔다.

6편이 출품된 지역기획부문은 지난 21일 심사에서 강원도민일보의 ‘철원, 민북 농경지 경매파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으나 문제점이 제기돼 재심 중이다.

심사과정에서 제기된 사항 중에는 제목의 용어선택에 오류가 적지 않았다는 점도 있었다. 강원도민일보의 ‘철원, 민북 농경지 경매파문’도 ‘경매’는 법원이 압류 부동산 등을 매각할 때 사용하는 용어이므로 이 경우는 ‘공개입찰’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는 것이다. 전문보도 사진부문에 출품된 부산방송의 ‘60년만의 진객, 세재두루미’도 60년이라는 표현을 쓸 경우 역사적 객관성을 좀 더 확보한 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외국의 경우 이같은 제목을 쓸 때 적어도 전문가 3명 이상의 의견이 일치될 때에만 사용한다는 지적은 유념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