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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취재비 현실화 자정 '필수조건'

주장  2002.02.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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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디가서 기자윤리라는 말을 꺼냈다가는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한마디로 떨어질대로 떨어진 윤리문제의 근본을 살펴보면 그 중심에는 항상 ‘돈’이 걸려있다. 취재를 하는 데는 당연히 비용이 들어가고 그래서 회사는 기자들에게 취재비를 지급한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이름만 취재비이다보니 당연히 회사가 지급해야 할 비용들이 기자들에게 전가된 것이다. 이는 결국 해외취재와 지방출장, 혹은 편의제공이라는 명목으로 취재원들이 비용을 부담하는 결과를 낳게 되지만 원칙적으로는 회사가 부담했어야 할 몫이다.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물론 일선 기자들의 잘못이 가장 크다. 지금까지 기자사회에서는 ‘관행’이라는 미명으로 회사에 대한 문제제기조차 미약했지만 이제 외부에서는 이를 ‘비리 불감증’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기자들이 취재에 들어가는 비용을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일부라도 조달할 때 회사들은 무얼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사실을 모를 리 없는 회사들이 그동안 ‘방조’해 온 것 아니냐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각 언론사들은 자체적으로 취재원으로부터 편의를 제공받지 말라며 윤리기준이나 강령을 만드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촌지사건, 해외취재, 지방출장시 숙박제공 등 온갖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언론사들은 관련 기자들에게 관대하기 이를 데 없어 이들 윤리기준이나 강령이 유명무실해지기 일쑤이다. 비리 언론인에 대해 지나칠만큼 온정을 베푸는 데는 취재비용 떠넘기기에 있어 회사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우리가 선진언론이라 부르는 외국의 언론사들이 자사 기자들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른바 취재원으로부터 일체의 편의제공을 받지 못하도록 할 뿐 아니라 심지어 보도를 위해 보내온 책을 개인용도로 가져갈 수 없도록 하는 곳까지 있다고 한다. 이처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한 것은 취재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기본적으로 회사에서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비 현실화는 이제 기자 복지차원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기자사회의 ‘관행’을 용인하지 않고 ‘비리’로 규정하고 있다. 강령이나 재발방지를 다짐해도 계속 반복되고 있고, 언론인과 취재원의 ‘부패고리’가 근본적으로 차단되지 않는 데는 회사의 책임도 크다.취재비의 현실적 지원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당면과제이고, 이제는 회사측이 답변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