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부산에는 부산일보와 국제신문 2개 일간지가 발간되고 있다. 지난해 까지는 부산매일신문이 3대 축을 형성, 각축전을 벌였다. 그러나 부산매일은 사실상 모기업인 대우그룹이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간부-노조-사원간에 의견차이가 생겨 휴간상태에 있다가 급기야지난 5월 파산선고를 받았다.
부산지역 인구는 대략 4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부산지역 신문이 경남·울산 지역까지 포괄하고 있다는 점을 계산에 넣어 단순하게 생각하면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은 1000만명 인구를 대상으로 양사가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현상만을 놓고 볼 때 여타 지역에 비해 이전투구를 벌일 필요가 없는 구도다.
실제로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은 다른 지방지들보다 건실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기자들 임금도 중앙지들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
부산지역 기자들은 "기자윤리 문제 만큼은 어느 지역과도 비교하지 말라"고 자신있게 말할 정도로 지역경제에 끼치는 언론 폐해도 상대적으로 적다.
부산일보는 유가부수가 전국 4위라고 자임할 정도로 많은 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47%에 육박하는 지역 열독률은 전국에서 제일 높은 수치다. 그만큼 지역 독자들과 가깝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제신문과 부산일보 간에는 여전히 80년 신군부에 의해 자행된 언론통폐합의 앙금이 남아있다. 당시 국제신문은 40만부를 발행하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큰 신문'이었다. 부산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의 증언이다. "국제신문은 야당지, 부산일보는 여당지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나도 그때는 국제신문을 구독하고 있었다. 국제신문이 없어진 후 어쩔 수 없이 부산일보를 보게됐다. 지금와서 보던 신문을 끊을 수 없어 부산일보를 계속 보고 있다." 89년 복간 이후 '잃어버린 왕국'의 재건을 위해 노력하는 국제신문으로서는 뼈아픈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부산일보는 5·16 직후인 62년 5·16 장학재단에서 운영권을 인수해, 이름만 바꾼 정수장학재단에서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5·16 재단은 60·70년대 사사건건 지면에 간섭하며 편집권을 위축시켰다. 이에 항거하는 기자들의 저항의식은 88년 노조결성으로 이어져 같은해 '민주언론 쟁취', '공정보도 우리의 소원', '편집국장 내 손으로'라는 주장을 내걸고 한국언론사상 초유의 6일 총파업을 이뤄내기도 했다. 이때 '쟁취'한 편집국장 추천제도는 약간의제도적손질만이 있었을 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 기자는 "당시 부산일보와 부산일보 노조의 파업 사태를 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6일간 파업을 지속하는 모습에 시민들의 인식이 달라졌고 이는 회사와 신문에 대한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일보는 IMF 경제위기 속에서도 200억 여원을 투자해 새 윤전기를 들여놓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건설·유통업체 등을 대주주로 하고 있는 다른 지방신문들이 경제난의 직격탄을 맞은 것과 대조적이다.
국제신문은 롯데그룹이 대주주다. 97년 말 기준으로 롯데장학재단 59.84%, 대홍기획 17.6%, 롯데쇼핑 12.80%, 신격호 4.96%, 신동주 2.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롯데그룹 소유 지분을 줄이는 방안을 놓고 협상중이다. 논의된 가장 유력한 방안은 국제신문 소유인 현 사옥을 롯데 측에서 750억 여원에 인수해 1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줄이고, 소유 지분은 사원주주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다.
주위에는 '부산매일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없지 않다. 국제신문의 한 기자는 "비록 다시 시작했지만 전통 있는 신문이고 부산매일과는 사정이 다르다"며 "당장의 생존보다 미래 지향적인 입장에서 유리한 조건을 위한 협상"이라고 말했다.
부산일보의 한 기자는 "부산일보로서도 국제신문의 존재는 중요하다. 지역 여론 독점의 폐해를 막는다는 점에서도, 상호 건전한 경쟁을 통해 발전해 나가는 파트너로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