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무장관 회담, 세계경제포럼 참석 등을 위해 출국했던 한승수 전 외교통상부장관이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이 불거진 상황에서 워싱턴특파원들과의 기자회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기자들의 불만을 샀다.
지난달 29일 오후 한 전 장관보다 먼저 워싱턴에 도착한 정부 관계자 일행은 특파원단에게 “한 장관이 30일 도착하면 라이스 보좌관과 실무 협의가 있고 일정상 당일 밤 비행기로 뉴욕에 가야한다”며 관련 내용은 보도자료로 대체하자는 뜻을 전했다. 관계자들이 관례에 따라 특별히 공개될 회의가 없다고 설명함에 따라 기자단은 제의를 수락했다.
그러나 29일 저녁 부시 대통령이 상하 양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북한 등 3개국을 ‘악의 축’으로 지칭함으로써 상황은 급변했다. 기자단은 다음날인 30일 오전 주미 대사관측에 “상황이 달라졌으니 한미 회동을 취재할 수 있도록 알아봐 달라”고 요청했으나 답변이 오지 않았다. 기자단은 이날 오후 4시경 한 전 장관의 공식 회견을 요청했으며 결국 회견은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회동 직후인 저녁 6시 30분경에야 열렸다. 이 과정에서 별도로 취재기자를 파견, 한미 회담 관련 취재에 나선 KBS측은 켈리 차관보, 한 전 장관 등의 인터뷰를 성사, 보도해 형평성을 놓고 또 다시 일부 기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기자단은 31일 정부 관계자들이 기자회견 요구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으며 균등한 취재 기회와 정보를 주지 않았다며 대사관측에 항의의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신경민 MBC 특파원은 “부시의 강경 발언으로 한미외교가 타격을 입고 비상사태에 직면했는데도 특파원들이 요구한 기자회견을 회피하려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