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직장협의회가 기자실 운영 개선, 협찬금 요구 금지, 간행물 강매 중단 등을 요구하며 언론사의 취재방식이나 관행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기자의 공무원 폭행 사건으로 빚어진 갈등이 구독거부로 이어지고 끝내 공직협과 언론사간의 법적 싸움으로 비화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기자들은 공직협의 문제제기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언론사와 기자들을 적대시하는 문제 해결 방식에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기자실 폐지 및 개선
공직협을 중심으로 기자실 폐지 및 개선 운동이 전국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 및 기자들과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공직협에서 일방적으로 기자실을 폐쇄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경남 사천시공무원직장협의회는 지난달 15일 “사천시가 치적 홍보에만 열중하고 비판 기사를 막기 위해 언론과 잘못된 거래를 유지하려 한다”며 기자실의 자진 폐쇄를 요구한 뒤 19일 강제 철거했다. 결국 뒤늦게 기자들의 동의를 거쳐 지난달 22일 기자실을 공식 폐쇄했다. 경남 고성군 직장협의회도 지난해 11월부터 기자실 폐쇄를 요구, 지난해 12월 고성군청 출입기자단이 자체적으로 폐쇄를 결정했다.
인천시 부평공무원직장협의회가 지난해 12월 27일 구청 기자실을 강제 폐쇄한데 이어 인천 남동구청도 지난달 31일 기자실을 폐쇄했다. 인천시청 공무원들도 지난해 말부터 기자실 폐쇄를 요구, 최근 공직협과 시청측이 100평 가까운 기자실을 축소하고 브리핑룸을 만드는 데 합의했다.
강원도 태백시는 기자들과 협의를 거쳐 기자실을 프레스룸으로 전환했다. 사무실 크기를 절반으로 줄여 개인 책상을 없애고 배치됐던 여직원도 본 업무로 복귀시켰다. 원주와 강릉도 현재 프레스룸으로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언론사 간행물 구입 요구 거부
강원도 화천공무원직장협의회는 지난달 21일 강원민방이 ‘18개 시·군 공무원 노래경연’을 추진하면서 각 시군에 100만원씩 제작비 분담을 요청하자 “언론사와 행정기관의 건전한 자리 매김을 위해 지자체의 협찬금으로 치러지는 행사를 반대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강원민방은 다음날 지역문화 창달이라는 행사 취지가 사라졌다며 행사를 취소했다. 강원지역 공직협은 앞서 지난해 9월 강원일보와 강원도민일보가 지자체에 요구한 행사 협찬금에 대해서도 문제를제기해 철회시킨 바 있다.
강원 공직협은 또 지난해말 언론사의 각종 연감 구입과 관련, “시군의 일반 운영비에서 언론사 간행물을 수십권씩 구입하는 전례는 없어져야 한다”며 책자를 일괄 회수해 언론사에 반납했다. 강공련측은 “태백시만 해도 30권의 연감 구입비가 500만원에 달한다”며 “필요하면 1권만 구입해 행정자료실에 비치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폭행사건에 대한 구독거부
지난달 3일 중부일보 포천 주재기자의 공무원 폭행사건과 관련 경기지역 공직협은 공식사과를 요구하며 중부일보 구독거부에 나섰다. 이에 중부일보는 지난달 24일 경기공직협 대표와 오산시 공직협을 상대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중부일보는 “단순 개인 폭행사건을 광고와 관련된 것이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해 중부일보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신문구독 거부운동을 전개해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공직협측은 “단순 폭행이 아닌 잘못된 언론관행 속에서 빚어진 일”이라며 중부일보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공직협을 비방한 기사를 모아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태세다.
기자들 반응
기자실 폐지, 협찬금 금지 등 공직협의 잇딴 문제제기에 대해 기자들은 ‘원칙’이라는 큰 틀에는 동의하지만 언론사와 기자들을 마치 국민 혈세나 낭비하는 비리집단으로 치부하는 문제 해결 방식에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종구 경남신문 사회부 차장은 “기자실 문화도 상당히 개선된 게 사실이고 공무원들도 시정홍보 차원에서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며 “일방적인 폐쇄 조치가 아니라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 노력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박기용 기자협회 강원도협회장(강원일보 차장)은 “언론사 행사 지원의 경우 지자체가 지역 언론의 자생력을 돕는 차원에서 진행돼온 일이며 언론사들도 개선 방향을 마련하고 있다”며 “지자체와 언론사가 서로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데 공직협이 무조건 언론의 역기능만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