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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동계올림픽

하근찬 CBS춘천  2002.02.06 11: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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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근찬 CBS춘천 보도제작국 기자





‘강원도와 전북이 지금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표현될 정도로 심각한 과열양상으로 치달았던 2010년 동계올림픽 국내후보지, 그리고 주 개최지 선정문제. 결국 이 논란은 강원도를 주 개최지로 하되 전북과 경기종목을 분산해 치르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그러나 1년여 이상 이 문제를 다뤄온 언론의 보도태도에는 찜찜한 구석이 없지 않다. 과연 충분히 객관적인 검증을 통한 보도 태도를 견지했느냐 하는 뒤늦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과 강원도가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면서까지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려고 나선 이면에는 중앙정부의 힘을 빌려 SOC 확충 등 지역개발을 하겠다는 의도와 함께 민선 단체장들이 차기선거를 손쉽게 치르고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목적이 있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두 지역의 기자들도 동계올림픽을 유치했을 때 자기 지역이 향유할 수 있는 혜택과 발전, 그것을 바라는 지역주민의 열망을 무시할 순 없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을 감안하더라도 지역 언론의 냉철함과 철저한 분석, 흥분되지 않은 침착함은 모자랐던 듯 싶다. 동계올림픽은 스포츠이기 때문에 정치논리에 의해 합의점을 찾아선 안된다고 강변하면서도 ‘자기 지역 출신 정치인들은 무얼 하고 있느냐’고 질책하기 일쑤였고 열세에 몰리면 정치인 등을 내세워 지지발언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또 한쪽에서 ‘KOC, 노골적 강원편들기, 도민 배신감’이라고 표현하면 ‘강원 홀대 더 이상 못 참는다’고 응수했고 심지어 도지사의 불만을 그대로 대변하는 창구로마저 활용됐다. 서로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포지티브 보도가 아니라 상대방을 폄하한 뒤 결국 자기편이 유리하다는 식의 네가티브 보도 태도가 주를 이뤘다.

자기지역 자치단체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으며 동계올림픽 유치에 혈안이 돼 각종 민생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건 아니었는지 등 오히려 언론은 좀 더 차분하게 되짚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지역 주민들에게 당장은 속시원할 지 모르겠지만 결국 언론 전체의 신뢰를 멍들게 하는 보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중요한 선거를 앞둔 올해 한번쯤 복기할 일이다.

끝으로 궁금한 것 하나. 동계올림픽 관련 기사를 쓰기 위해 전북 기자들은 강원도 평창이나 정선에, 강원도 기자들은 전북 무주나 전주에 과연 몇 번이나, 그리고 몇명이나 다녀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