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특정후보 지지 외국사례]

정책설명 직접 듣고 토의 거쳐 지지 후보 결정

박미영 기자  2002.02.06 11:42:20

기사프린트

미국 사설에선 특정후보 지지…기사는 객관적

유럽 후보 개인 보다 대부분 정당별 정책 지지





<미국>

‘대통령에 앨 고어를(Al Gore for President)’ 2000년 11월 7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워싱턴포스트는 10월 22일자에, 뉴욕타임스는 10월 29일자에 똑같은 제목으로 각각 고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사설을 실었다. 워싱턴 포스트의 경우 이날 통단 사설에서 “고어가 가장 준비된 대통령 후보이고 총명하며 경제 외교 사회 정책에서 보다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했다”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워싱턴 포스트는 또 선거 3일 전인 12월 4일에도 ‘더 나은 관리자’란 제목의 사설을 싣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앨 고어를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대통령 후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 워싱턴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은 사설을 통해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히는 등 지난 대선 때 대부분의 미국 신문은 선거일 1∼2주전에 지지하는 후보를 사설을 통해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이같이 미국 신문들은 선거 때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사설을 통해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사설의 입장과는 달리 기사는 객관적으로 쓴다는 게 특징이다. 특히 미국 신문은 대부분 지역지이기 때문에 대선 뿐 아니라 지방선거에서도 특정후보 지지 선언을 한다. 뉴욕타임스의 경우 지난 97년 뉴욕시의회 선거 때 맨해튼 10 선거구에서 이스트 할렘 지역의 대형 슈퍼마켓 건설에 찬성하는 길레르모 리나레스 후보를 지지한 바 있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는 “미국 신문의 이같은 관행은 미국 신문이 정당지로 출발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9세기까지는 일반 기사에서도 특정 후보를 지지했지만, 20세기 들어서면서부터 팩트와 오피니언이 분리되기 시작했고 이런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특히 미국은 양당제로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책대비가 분명해 자연스럽게 이런 풍토가 정착됐다.”

그러나 미국의 방송들은 신문처럼 특정후보를 지지할 수 없다. 방송은 공중의 전파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후보자간 형평을 유지하도록 방송법의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신문은 이에 대한 아무런 규제가 없기 때문에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있는 셈이다.



<유럽>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의 신문들도 선거 때 특정 후보지지 선언을 한다. 프랑스의 르몽드 영국의 더 타임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 차이퉁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프랑스를 제외한 영국, 독일 등은 의원내각제를 실시하기 때문에 유럽은 어떤 특정후보를 지지하기보다 정책별로 정당을 지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국 더 타임스의 경우 노동당이 압승한 지난 97년 총선에서 1면 머릿기사로 노동당을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같이 유럽의 경우는 미국이 사설을 통해서만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것과 달리 기사에서도 특정정당을 지지하기도 한다.



<결정과정>

그렇다면 후보자 지지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사주의 의사가 중요하게 반영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대부분 선거에 앞서 후보들을 만나 검증 작업을 거치고 사주와 논설위원들이 토의 과정을 거쳐 어떤 후보와 정당을 지지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뉴욕타임스의 경우는 사주가 직접 관여하지 않고 논설위원과 편집간부들이 각 후보자들을 불러 정책설명을 듣고 토의를 거쳐 결정하며, 워싱턴포스트는 전통적으로 사주의 의사가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사설 외에 기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르몽드의 경우는 사원주주조합이 대주주이기 때문에 정당과 후보를 지지하는데 토의 과정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

후보지지 선언을 하는 시점은 대부분 선거 종반부인 1∼2주전부터 선거 당일까지 이루어지는 등 특별한 규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