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담당 기자에게 암치료 관련 기사만큼 쓰기 어려운 주제도 드물다. 독자들의 관심을 끌면서도 내용을 과대포장하지 않고 정확하게 기술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나) 데스크들의 금과옥조인 쉽고 재미있고 논조가 선명한 기사를 만들기 위해선, 꼭 들어가야할 전문가적 시각이 배제되기 마련이다.”
국내 최초 의사출신 기자인 중앙일보 홍혜걸 의학전문기자가 최근 펴낸 'Dr.홍혜걸 기자의 의사들이 절대로 말해주지 않는 건강이야기' 마지막 장 ‘언론보도 뒤집어 보기’에서 의학 관련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해 눈길을 끌고 있다.
홍 기자는 지난 수십년간 등장한 암치료 관련 특종기사에서 처음 보도대로 효능이 입증된 것은 거의 없다는 점을 예로 들면서 언론의 상업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사람들의 관심사가 건강과 보건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암 관련 뉴스가 독자의 눈길을 끄는 최고 상품이 되면서 기자는 은연중에 기사를 과대포장하고, 어떤 경우엔 기자의 의도 이상으로 편집자가 큰 지면을 할애하기도 한다.”
홍 기자는 “간단명료해서 이해하기 쉽게 기사를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작용이나 연구결과의 한계를 빠뜨려선 안된다”며 “과도한 특종 경쟁으로 암 치료제 기사를 성급하게 보도하기 보다 정확한 기사를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기자는 어떤 사건만 생기면 정신과 전문의의 해석을 덧붙이는 언론의 관행과 정신병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는 언론의 센세이셔널리즘에 대해서도 비판을 제기했다.
“같은 사건이라도 정신질환자가 일으켰다면 훨씬 큰 주목을 받고,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를 정신과 의사의 입을 빌려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대 재생산하는 언론의 해석은 본질에서 크게 벗어난 감이 있다”는 것이다.
홍 기자는 “국민을 위해, 언론을 위해 의학 전문기자들은 양성돼야 하고 이들끼리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하는데 우리 언론 환경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며 “기존 언론의 관행에 종속되고 동화되길 강요하기보다 ‘좋은 기사를 쓰는가’라는 한가지 관점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풍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