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현장과 강단을 오가는 기자들이 적잖다. 김삼웅 대한매일 주필은 다음달 시작되는 새학기부터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로 강단에 선다. 맡은 과목은 ‘공정보도론’과 ‘문화정치론’. 대학측의 제안으로 강의를 시작하게 된 김 주필은 “정형화된 대학교수들의 강의가 아니고 삶과 현장, 역사에서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살아있는 강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정치론 강의에는 김 주필이 과거에 썼던 곡필사를 기본 교재로 사용할 계획이다.
대체로 현직 기자들이 맡는 강의는 신문방송학과의 ‘기사작성론’ ‘신문제작’ 등 실습 위주의 과목들. 기자들은 현장에서 갈고 닦은 ‘산지식’을 학생들에게 유감없이 펼칠 수 있고, 대학은 이론 위주의 교육을 보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화여대에서 ‘기사작성 기초’를 강의한 정군기 SBS 라디오뉴스팀장은 “기사작성 수업을 위해 회사 원고를 이용하기도 했다”며 “현장 경험을 얘기하거나 실제로 현업에서 필요한 업무를 가르치면 학생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고명진 한국일보 사진부국장도 30여년 현직 경험을 바탕으로 94년부터 상명대 영상학부에서, 지난해 가을학기부터는 상명대 디자인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포토저널리즘을 가르치는 고 부국장 역시 실제로 사진기자에게 필요한 교육을 하는 것이 타교수들과의 ‘차별화 전략’. 고 부국장은 “잡지사나 신문사에 제자들이 많다”며 “그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강재훈 한겨레21 사진팀장 역시 92년 경기대를 시작으로 경민대, 상명대를 거쳐 현재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포토저널리즘’을 강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영상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장은 “신문방송학은 커뮤니케이션과 저널리즘이 혼재돼 있다”며 “실무 분야는 저널리즘 경험이 있는 현직 기자나 PD들이 맡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강의를 하는 기자들도 스스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다. 우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인만큼 보람이 있다. ‘일상 탈출’이라는 점에서 활력소도 되고, 강의 중에 기획 아이디어를 얻는 등 자기 발전에도 긍정적이다.
홍영림 조선일보 사장실 기자는 “우선 내공부가 된다는 게 좋다”며 “강의를 하려면 알고 있던 분야라도 완벽하게 공부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강의를 하면서 젊은 학생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 기자로서 사고의 폭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홍 기자는 2000년 1학기부터 국민대 겸임교수로 활동해 올해 강단 경력 3년차. 학부와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뒤 대우경제연구소를 거쳐 여론조사 전문 기자로 뛰면서 사회조사방법론을 강의하고 있다.
이준희 한국일보 사회부장 역시 “강의를 하다보면 스스로 다시 정리하게 되고 매너리즘에 자극을 받기도 한다”고 얘기했다. 이 부장은 지난해 가을학기에 이화여대에서 ‘탐사보도론’을 강의한 바 있다. 그는 또 “수업 중에 기자로서 유능한 자질을 갖춘 학생들이 눈에 띈다”며 “대학과 언론사가 계속적으로 연계하면 현행 언론사의 공채제도를 개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취재, 보도 분야 외에 간혹 개개인의 전공이나 전문 분야를 살려 강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 실례로 새학기에 숭의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차한필 한겨레 민권사회2부 기자가 맡은 과목은 ‘정보와 자료’. 대학원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덕분이다.
현대사를 전공한 정창현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기자도 지난해부터 국민대 교양학부에서 ‘북한 역사의 이해’ 등 관련 분야 강의를 하고 있다. 주로 <한국 현대사> <곁에서 본 김정일> <남북정상회담 600일> 등 본인의 저서 내용과 취재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접목하는 것이 정 기자의 강의 기법이다.
은퇴 후 강단에 선 기자들도 다수다. 권근술 전 한겨레 사장은 한양대, 우승용 전 문화일보 편집국장은 성균관대, 최종률 전 경향신문 부사장은 서강대에서 각각 언론 관련 분야를 가르치고 있다.
또 최근 전직한 기자 출신 교수로는 김재홍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경기대 통일안보전문대학원 교수), 유성봉 전 연합뉴스 그래픽뉴스팀 기자(강원도립대 시각미디어디자인과 학과장)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