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 지면 경쟁 때 기자를 많이 뽑았다가 IMF 이후엔 거의 뽑지 않아 평기자는 줄고 간부급은 늘어났다. 결국 피해는 기자들에게 돌아온다. 승진 연한이 늘어나 인사적체는 계속 이어지고, 부장대우나 부국장 등으로 발령이 나도 역할이 불분명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사가 승진 인사를 대폭 줄이는 방식으로만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장기적 안목 없이 경기에 따라 널 뛰는 언론사 채용관행을 강도높게 지적한 한 신문사 기자 이야기다.
2002년 2월 현재 19개 언론사 기자 직급별 현황의 특징이자 문제점은 평균 37.2%에 달하는 높은 간부 비율. 4년전인 지난 97년 보다 7.0% 증가한 수치다. 간부비율이 7.0% 증가했다는 것은 결국 평기자들이 7.0% 감소했다는 뜻. 따라서 피라미드형 인력구조에서 점차 중간이 불룩한 항아리형으로 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 언론사들이 IMF 여파로 인력 충원을 제대로 하지 못해 평기자수는 줄어든 반면 88년 올림픽 특수 및 증면 경쟁으로 인력을 대대적으로 충원할 때 발을 들여놓은 기자들이 점차 차장급 등 간부층으로 이동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실제 MBC와 광주일보의 경우 간부 비율이 각각 58.6%와 52.1%로 평기자보다 간부 인원이 더 많은 상황이다. 간부 비율이 50%에 육박하는 언론사도 여럿이다. 매일신문 49.3%, 국민일보 48.3%, 대한매일 47.4%, 중앙일보 46.0%, 연합뉴스 42.6% 순이다.
이와 관련 기자들은 “지금과 같은 인력 구조에서는 간부들의 조로화 현상이 불가피하다”며 우려하고 있다. 또 간부직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차장·차장대우들이 대부분 출입처를 맡고 현장을 뛴다지만 당장 준데스크라는 업무 하중이 부여되는 게 현실이다 보니 “현장 인력은 부족하고 데스크는 남아도는” 인력 구조가 정착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의 인력구조가 계속 방치될 경우 점점 승진 연한이 늘어나고 인사적체가 심화되는 등 승진 및 인사문제도 심각하게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한 지역신문 기자는 “예전 같으면 14년차 전후면 차장을 달았는데 요즘은 그 정도 연조의 인력이 많다보니 승진이 보류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결국 한 방송사 인사 담당자는 “일부만 승진을 하고 대다수는 차장, 부장으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다른 한신문사 관계자도 “앞으로 차장 대우는 때가 되면 달아주겠지만 차장부터는 좀더 엄밀하게 운영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같이 승진을 대폭 줄이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높다. 지금과 같은 직급 중심이 아닌 능력·역할에 따른 직책 중심의 풍토를 정착시켜 기자 전문화를 꾀하고, 관리자든 현장기자든 개인의 적성과 필요에 따라 자신의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신문사 차장은 “대기자 제도나 전문기자 도입 등 일 중심의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라며 “젊은 기자들이나 간부들이나 진로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행량 세종대 교수는 “언론사들이 IMF 이후 수습기자를 많이 뽑지 않고 점차 경력기자를 스카웃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언론사 조직이 노령화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 노령화인지 아니면 기자 전문화가 기반이 된 노령화인지가 중요하다”며 “엄정한 인사·평가제도와 기자들이 영역과 기능별로 자신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이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