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끝나면서 관련 취재도 일단락 됐다. 방한 반대 시위 취재 중 기자 폭행 사건까지 벌어졌던 부시 대통령 방한 취재 과정에서 기자들은 미국측의 자국 기자단에 대한 우선적인 고려로 ‘우리 땅’에서 일어나는 일을 외신을 통해 보도하는 상황을 겪기도 했다.
난데 없는 중국 질문에 당황
○…지난 20일 양국 정상회담에 이어 열린 기자회견은 4명의 기자들이 대표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에서는 정상원 MBC 기자와 정재용 연합뉴스 기자가, 미국측에서는 짐 앵거 폭스뉴스 기자와 마이크 앨런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질문했다. 이 과정에서 마이크 앨런 기자는 한미 회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중국 베이징에서의 면담 일정을 물어봐 국내 기자들이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대북관계 등 물어볼 현안이 많았는데 갑작스레 방중 관련 내용을 질문해, 받아 적다가 말아버렸다”면서 “질문 하나가 아쉬운 상황에서 그런 질문이 나와버려 답답했다”고 말했다.
회담과 관련해서도 양국 정상의 구체적인 논의에 관심이 쏠렸던 반면 논평, 브리핑 등을 통한 공개 내용에는 제한이 적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통일부를 출입하는 한 신문사 차장은 “확대회담도 취소되고 단독회담이 계속 이어졌으니 만큼 뭔가 중요한 얘기가 오갔을 것”이라며 “브리핑이나 기자회견은 논평이나 단순 보고 수준에 그쳐 사실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연설문 미국 기자단만 배포
○…미국측은 정상회담을 비롯한 이번 방한 일정에서 부시 대통령의 연설내용을 미국측 기자단에만 우선 배포했다. 이 때문에 국내 언론은 정상회담 모두발언 내용과 도라산역 연설문 등을 AP, AFP 등 외신을 통해 접해야 했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방한 일정 과정에서 미국측이 국내 기자단에 관련 자료나 연설문 등을 사전에 배포한 적은 일체 없었다”며 “그게 미국식이라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국제뉴스국의 한 기자는 “부시 발언이나 행적이 외신에 먼저 뜨기 때문에 이를 번역해 송고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자국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외신을 통해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씁쓸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기자석 배치 안돼
○…지난 21일 오전 부시 대통령의 오산 미공군기지 방문 행사에서도 기자들은 출입에 앞서엄격한 검문을 받는 등 취재에 애를 먹었다. 총리실 출입기자와 카메라 기자 등 10여명은 미국측 통보에 따라 새벽 2시경 오산 기지로 출발했다.
오산기지에 도착한 기자들을 상대로 미군측은 가방을 열어보고 노트북을 켜보는 등 30~40분의 검문을 거쳐 행사장에 입장시켰다. 미국 기자단의 경우 기자석이 따로 마련된 반면 국내 기자들은 별도의 자리가 없어 서서 취재해야만 했다. 또 국정홍보처에서 동시통역 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아 취재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전언이다. 이날 행사를 취재했던 한 기자는 “현장에서 부시 대통령 워딩을 나눠서 해석하고 CNN 보도 등을 참고해 보도했다”면서 “어차피 미국측 내부 행사였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검문 과정 등에서 불쾌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