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동아 편집기자 백두대간 종주 대장정

지리산∼진부령 690㎞ 1년 6개월 격주 등반

박미영 기자  2002.02.27 00:00:00

기사프린트

“그 동안 모두 지쳐 있었어요. 10년 정도 신문기자 일을 하면서 ‘세상을 바꾸고 싶다’던 초심도 사라지고 되돌아보니 아무 것도 없는 거예요. 인생과 생활의 활력을 되찾고 일에 대해서도 다시 정리해보고 싶었습니다.”

이지훈 단장을 필두로 연제호, 이상훈, 홍성돈, 최한규 등 동아일보 편집부 기자 5명이 백두대간 대장정에 올랐다. 8년에서 13년 차의 중견기자인 이들이 ‘산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로 백두대간 종주를 결심한 것은 무엇보다 삶의 활력을 되찾고 싶어서였다.

지난 16일 종주단은 무박 2일로 지리산 중산리에서 벽소령 구간을 시작으로 백두대간 대장정의 첫발을 내딛었다. 당초 노고단까지 이어지는 1구간을 등반할 계획이었지만 신문 제작 때문에 22∼23일 벽소령부터 다시 올라가야 했다. 이처럼 시간을 내기가 여의치 않은 편집기자 다섯명이 지리산에서 설악산 진부령에 이르는 백두대간 690㎞를 34개 소구간으로 나눠 1년 6개월간 격주로 종주하겠다는 만만치 않은 계획을 세운 것은 지난해 9월이었다.

“그때 5명이 함께 2박3일 일정으로 지리산 종주를 했었는데 참 좋았습니다. 뒷풀이 자리에서 누군가 백두대간 종주를 하자고 제안했고 모두 자연스레 동의했죠. 그때부터 예비모임을 갖고 산행계획을 잡는 등 준비작업을 해왔습니다. 사실 준비 과정이 더 즐거웠어요.”

편집기자들인 이들이 ‘백두대간’ 계획을 세우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산행의 ‘제목’을 뽑는 거였다. 뭔가 눈길을 끄는 제목을 위해 우리 나라 대표적인 토종개 가운데 하나인 ‘삽살개’(삽사리)를 산행에 데려가기로 했고, 제목은 자연스레 ‘삽사리와 함께 백두대간 1700리 종주’로 정해졌다. 삽살개는 지난해 10월 한달 된 암수 한 쌍을 구해 ‘태백’이와 ‘소백’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현재 파주 교화 농가마을에 사는 연제호 기자가 키우고 있다.

산행의 느낌을 공유하기 위해 동아닷컴에 사이트를 만들자는 계획도 세웠다. 전문 산악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백두대간을 종주할 수 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이유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1년 6개월간이라는 적지 않은 기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종주’하겠다는 자신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동아닷컴 팀의 도움을 받아 3월 1일 첫 선을 보일 이 사이트에는 그동안 예비 모임을 가지며 서로에게 붙여준 별명, ‘어때’‘이장’ ‘까시’ ‘엄살’ ‘엉뚱’ 등의 이름으로 다섯 남자의 각기 다른 산행기와 최신 산행정보, 백두대간 관련 자료 등이 올라갈 예정이다. 또 구간별로 사이트를 통해 신청하는 독자들이나 문인들 몇몇을 동행하도록 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명성산, 오대산, 마니산 등 예비산행으로 6개월간 준비모임을 가지면서 ‘활기’를 띄고 있는 이들을 요즘 주위 동료들은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뿐만 아니라 편집부원 5명이 함께 한 달에 두 번 정기적으로 산행을 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근무 조’ 편성 조정 등 관심과 도움도 아끼지 않는다.

“무엇보다 우리에겐 다음 산행 계획이 있고, 지친 마음을 풀 곳이 있다는 게 좋다”는 이지훈 단장의 말에 모두 ‘맞아’ ‘맞아’를 연발하는 5명의 단원들. “산에 갔다오면 행복해진다”는 이들은 1년 6개월간의 산행을 마치고 나면 누구보다 호흡이 잘 맞는 동료들이 돼 있을 것이다.

박미영 기자 mypark@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