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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 참회와 반성이 우선이다

당혹스러운 친일파 보도

우리의주장  2002.03.06 14: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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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최근 민족정기를 세우는 의원모임의 친일파(더 정확한 개념으로는 반민족 행위자) 명단 발표로 야기된 파문을 자괴감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가 이토록 힘든 것인가를 우리는 새삼 되씹고있다. 그리고 역사 왜곡의 실타래에 어느 다른 요소보다 우리 언론이 깊숙히 연루돼 있다는 점에 더욱 큰 황망함을 느낀다.

해방후 반세기만에 이루어진 문제제기를 둘러싸고 우리 언론이 보여준 상반된 보도태도는 독자들로 하여금 하나밖에 없는 진실을 ‘두 개의 진실’로 치환시키고 있다. 나아가 국민을 혼돈에 빠뜨리고 있다. 잘못된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몇몇 언론들이 문제제기의 중요한 요소들을 희석시키고 논쟁을 엉뚱한 쪽으로 몰아갔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은 ‘국민적 합의’가 결여됐다는 점을 내세워 젊은 의원 몇몇이서 반민족 행위자를 선별할 수 있는 지를 따졌다. 그들은 자신의 창업주나중흥주(조선일보 5일자 14면)가 포함된 데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누가 어떤 근거로 정죄할 수 있는 지’를 캐물었다. 오죽하면 ‘누가 친일파인가’(동아일보 2일자 사설)라고 따져 물었을까. 궁극적으로 이 질문은 ‘누가 돌을 던지랴’로 이어진다.

일각에선 의원모임이 추가시킨 16명을 (광복회 원안대로)배제했더라면 일부언론이 이렇게까지 반발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당연한 의문이었다. 가장 저열하고 가증스러운 반발은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는 지를 의심한 것이었다.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여권이 국면전환의 계기로 삼으려 했다는 것인데 가당찮은 논리의 비약이었다.

일부에선 ‘공(功)으로 과(過)를 덮자’는 접근법을 보였다. 의원모임이 추가한 16명이 반민특위법 6조에 근거해 빠졌다는 점을 부각(조선일보 4일자10면)시켜 의원모임의 허점을 증명하려 했던 것이다. 이 조항은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자는 그 형을 경감 또는 면제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이 대목에서 묻고자 한다.

일제때나 지금이나 독자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족벌언론이 과연 역사왜곡에 대해 철저한 반성과 참회를 구했는 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친일 청산의 역사적 중요성에 무게를 실었던 언론마저 몇몇 매체가 제기한 지엽말단에 대응하다보니 그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점 또한 극히 유감스럽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언론의 인적 청산이무엇보다 중요함을 다시 제기하고자 한다. 족벌언론이 근현대사의 주요한 고비마다 행해왔던 해악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 파문에 대해 기자사회 모든 성원들이 한 데 모여 옳고 그름을 짚어보는 토론회를 실시해 봄직하다는 조언을 곁들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