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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행적 외면… '민족사업가'로 소개

조선 창간특집 '방응모와 민족지사들' 구설

김상철 기자  2002.03.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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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5일자 창간 특집 ‘계초 방응모와 민족지사들’ 기사가 구설에 올랐다. 민족정기를 세우는 의원모임의 친일파 명단 발표로 계초의 친일 행적이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이같은 내용을 외면하고 한 측면만 부각시켰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온갖 억압과 우여곡절 속에서도 민족지로서 정체성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중흥주인 계초 방응모의 경륜과 비전, 그와 민족지사들의 굳건한 신뢰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며 계초의 행적을 소개했다.

‘민족의 앞날을 내다보는 사업가’로서 육영과 조림·간척사업에도 힘을 기울였으며 조만식 한용운 홍명희 문일평 등 민족지사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또 안창호, 김구 등과도 인연을 맺어 광복 후에는 백범이 이끌던 한독당 재정부장을 맡기도 했고 장학사업을 통해 인재를 키우는 일에도 열정을 쏟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친일문제 전문가인 정운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은 “육영이나 조림 등 언론과는 무관한 분야로 ‘사업 다각화’한 것을 민족의 앞날을 내다보는 사업으로 미화한 것은 아닌가”라며 “한독당 참여 사례 역시, 그렇다면 해방 전엔 실제로 계초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설사 기사에 나온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친일, 반민족 행위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다”면서 “균형을 상실한 편파적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박지동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죄는 죄고 공은 공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은 채 계초의 친일 행적을 일방적으로 외면한 보도”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조선일보는 2일자 1면 ‘고향의 봄 이원수 선생 항일활동 당시 조선일보 통해 뒤늦게 확인’ 제목의 기사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지역언론을 통해 이미 알려진 내용을 새로운 사실처럼 보도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마산보훈지청이 35년 조선일보 마이크로 필름에서 이원수 선생 등이 저항문학 활동으로 수개월 간 옥고를 치른 사실을 밝혀냈다”고 보도했으나 이같은 행적은 95년 마산MBC, 2001년 경남도민일보에서 다루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