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 개국을 앞두고 ‘꿈의 미디어’라는 홍보성 기사를 봇물처럼 내보내던 언론이 정작 위성방송을 시작하자 ‘볼 것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많은 문제점들이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하다가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야 ‘사후약방문’식 비판으로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의 아우토반 안방노크’(대한매일), ‘리모콘 생활혁명 열린다’(세계), ‘채널 146개…방송 뷔페 카운트다운’(조선), ‘144개 채널 꿈의 미디어 시대 활짝’(국민), ‘똑똑한 TV가 온다?’(문화) 등 지난달 말 대부분의 신문은 ‘장밋빛’ 제목을 달아 위성방송 관련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3월 1일 위성방송 본방송을 앞두고 나온 이같은 ‘홍보성’ 기사들은 위성방송 채널이 케이블방송과 70%가 겹치는데도 불구하고 채널수가 146개에 이른다며 ‘방송 뷔페’라고 추켜세웠다. 또 현재 보급된 ‘경제형’ 셋톱박스로는 위성방송의 특징인 고화질TV를 감상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아직 쌍방향 데이터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땀구멍까지 보인다”는 등 ‘고화질’ ‘쌍방향’의 꿈의 미디어 시대가 활짝 열렸다고 보도했다. 특히 일부 신문은 ‘드라마 배경 클릭하자 장소 자막으로 떠’(한국 2월22일), ‘영화 보며 주식투자나 쇼핑도’(문화 2월28일)라는 제목으로 ‘가상 체험기’를 싣는 등 과장된 보도를 하기도 했다. 쌍방향 데이터방송은 내년 하반기가 지나서야 상용화될 뿐 아니라 현재 보급된 ‘경제형’ 셋톱박스로는 서비스를 받는 게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같이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서비스까지 앞세우고 위성방송 개국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신문들은 막상 위성방송 본방송이 시작되자 ‘준비 안된 방송’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드디어 100개 채널 시대가 열리고 기존 방송과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화질 음향 서비스를 안방에서 즐기게 됐다”(조선 2월27일)고 보도했던 조선일보는 2일자 사설 ‘준비 안된 디지털 위성방송’에서 “다채널에 대비한 방송정책 수립도 시급하지만 콘텐츠 물량부족이나 성인채널 등장에 따른 사회적 파장도 우려치 않을 수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안방은 이제 영화의 바다’(중앙 2월23일)라며 전면을 할애해 보도했던 중앙일보도 2일자 사설 ‘파행으로 시작한 위성방송’에서 “콘텐츠에도 문제가있다”며 “이 시점에서 스카이 라이프 방송의 개국은 무리였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외에 ‘방송의 아우토반 안방 노크’라고 보도했던 대한매일이 5일자에 ‘디지털방송 출발부터 흔들’이라고 보도했고, ‘내달 개국 디지털 위성방송 어떻게 이용하나’ 등의 홍보성 기사를 내보냈던 동아일보도 5일자 ‘3000억 국책사업 디지털위성방송 겉돈다’고 보도하는 등 상당수 신문이 위성방송 본방송을 전후해 엇갈린 보도를 내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