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이 지난 1일 본방송을 시작했지만 수신기 보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가입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등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케이블 TV와의 콘텐츠 차별화 실패와 당초 사업계획서에 없던 지상파 방송 재송신을 둘러싼 갈등 유발로 방송계 혼선을 가져오기도 했다. 또한 이같은 차질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본방송 일정을 맞추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면서 대량 광고 등 홍보에만 치중, 결과적으로 ‘총체적 부실’이라는 비난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수신기 없어 방송 못본다
본방송 시작과 함께 보급된 수신기는 모두 6천500여대. KDB는 예약가입자가 50만을 넘어섰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왔지만 정작 가입자들은 본방송이 시작됐어도 수신기가 없어 위성방송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더욱이 전국 각 대리점과 일부 관공서에 수신기가 우선 공급된 점을 감안할 때 일반 가정에서 위성방송을 수신한 시청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KDB는 3월말 12만대, 4월말 16만대가 추가 설치되고, 5월 중순까지는 실가입자에 대한 수신기 설치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수신기 설치를 둘러싼 시비는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보급된 경제형 수신기로는 고화질 TV를 감상하는 데 한계가 있고, 위성방송의 가장 큰 장점인 쌍방향 데이터 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 이후 데이터 서비스가 본격화할 경우 수신기를 교환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KDB는 이후 수신기 교체시 보조금 지급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KDB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여 또 한번의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상업성 치중한다’ 지적
위성방송의 가장 큰 문제는 케이블TV와의 콘텐츠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74개 비디오 채널과 60개 오디오채널, 10개의 PPV(Pay per View)채널 등 144개에 이르는 다채널 방송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사실상 페이퍼 뷰 채널을 제외한 비디오 채널 74개 가운데 70%가 넘는 52개 채널이 케이블TV와 중복되는 채널이다. 22개 채널만이 위성방송의 독자적인 채널인 셈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7개 채널이 영화 채널이고, 4개 채널이 외국 재송신 채널인 점을 감안할 때 위성방송만의 독자적인 채널은10개 안팎에 불과하다. 또 시민방송과 디즈니채널은 자체 준비 부족으로 약속된 방송시간을 채우지 못하는 등 파행방송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밖에도 다큐멘터리, 여성, 어린이 등 장르에서는 케이블TV보다 채널수가 오히려 적어 KDB가 ‘공영성’ 보다는 ‘상업성’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방송계 혼선 부채질
KDB는 당초 매체간 균형발전을 위해 케이블TV 및 지역방송사 등 경쟁사업자와 협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안 해결 과정에서 대화보다는 강경 일변도로 나가면서 방송계 혼란을 부추겨왔다. 무엇보다 당초 사업계획서에 없던 수도권 지상파 방송의 동시재전송을 추진하면서 지역방송사들과 윈-윈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보다 강경 일변도로 나가면서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또 케이블TV와 사전 대화 없이 사업계획서에서 약속한 SCN 방식(위성방송 프로그램을 케이블망 사업자가 수신해 케이블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방식) 대신 SMATV 방식(아파트 등에서 공동수신 안테나로 위성방송을 수신, 아파트 내 공동배선을 이용해 서비스하는 방식)을 추진하면서 케이블 TV업계와 갈등을 빚었고, 수신료 배분 계약 등을 체결하면서 PP업계와 마찰을 빚는 등 대외정책에도 실패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입 단속’ 치중…내부 갈등
이같이 많은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KDB는 이를 해결하려고 하기 보다 내부 ‘입 단속’에만 치중하며 결과적으로 ‘볼 수도 볼 것도 없는 TV’라는 비난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KDB는 언론에 부정적인 기사가 나갔다는 이유로 내부 제보자를 찾겠다며 지난해 11월에는 직원들의 전화통화 내역을 조회에 물의를 빚었고, 최근에는 일부 직원들의 컴퓨터까지 가져가 조사하는 등 언론기관으로서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더욱이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문제해결보다 일부 직원들을 언론의 비판적인 보도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해고하기로 하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