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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학래 한겨레 사장 사의 철회

"리더십 한계 느꼈다" 지난 8일 사퇴 표명

박주선 기자  2002.03.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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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이사회에서 사의를 표명했던 최학래 한겨레신문 사장이 사의를 철회하고 지난 11일 정상 출근했다.

최 사장은 지난 8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지난해 하반기 회사가 경영정상화를 위해 내놓은 출자전환, 증자 등 5개년 경영 계획이 구성원들의 반대에 부딪혔고, 사장으로서 리더십에 한계를 느꼈다. 실추된 리더십으로 대표이사직을 계속 맡기 어렵다”며 사의를 밝혔다.

갑작스런 사의 표명으로 회사측은 휴무일인 지난 9일 임원과 국실장이 참석하는 비상경영위원회를 소집하고, 최 사장의 사의 철회를 위해 설득에 나섰다. 노조도 지난 9일 긴급 집행위원회를 열고 10일 최 사장을 만나 사의를 거둘 것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최 사장은 “다시 생각해 보겠다”는 뜻을 비춘 뒤 11일 정상 출근을 했고, 사의 표명은 일단락됐다.

최 사장은 지난 12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거취 문제로 일시적이나마 혼란을 주고 사원들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사과한다”며 “회사를 떠날 고민을 한 것도 어려웠지만 마음을 바꾸는 것은 더 힘들었다.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최 사장의 사의 표명은 노사 갈등과 경영진에 대한 내부 불신 여론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회사측은 지난해 말 퇴직금 출자전환과 증자를 바탕으로 하는 한겨레 5개년 경영계획을 수립한 후 지난 1월 각 국실별로 경영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계획안 추진을 준비했다. 하지만 2월초 실시한 노조 설문조사 결과 퇴직금 출자전환에 대해 조합원들의 82.3%가 반대했으며, 90%는 경영상황 악화에 대해 현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노조도 지난달 21일자 노보를 통해 △출자전환 증자 5개년 계획 철회 △경영악화에 대한 경영진의 공식사과 △주주총회 전 가시적 혁신 조치 발표 △노사공동기구 구성 등을 촉구한 바 있다.

회사측은 이에 대해 지난달 28일 “△퇴직금 출자전환은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시행이 불가능하므로 자동 폐기된 것으로 본다 △공개사과는 적절한 시기에 한다 △노사합동기구 구성은 필요하다”는 답변서를 노조에 보냈다. 하지만 노조는 또다시 “회사측의 답변이 구성원들의 책임경영 요구를 무시한 채 핵심을 비껴갔다”며 4개 요구조항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이와 관련 박상진 언론노조 한겨레 지부 위원장은 “노조의 책임경영 요구에 대해 최 사장이 사의를 표한 것은무책임한 모습”이라며 “대표이사 사의가 현실화될 경우 내부 혼란과 대외적 손실이 크다고 판단해 최 사장에게 사의를 거둘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하지만 “노조의 5개 요구사항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