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재정안이 매각방침 철회와 해고자 복직 등 노조측 요구사항을 다루지 않은 것은 이들 문제가 노사협상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더 이상 이 문제를 갖고 파업을 계속한다는 것은 명분을 잃은 행동이다. 민영화는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필수적 사안이며 공공부문 개혁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노조의 반대로 후퇴될 일이 아니다. 빚을 얻어 투자해 국민 전체를 채무자로 만드는 발전산업의 악습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가.”(동아일보 3월 9일자 사설 ‘발전노조는 중노위 결정 따르라’ 중)
대다수 언론은 민영화 문제를 발전노동자 파업의 ‘위법성’을 밝히는 소재로 활용함과 동시에 국민에게 이로운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 지금의 법에서 필수공익사업장 노동자의 파업은 시작부터 불법이며 공공사업장을 넘어 구조조정에 따른 노동자의 생존권을 요구하는 모든 투쟁은 불법이 된다. 그러나 지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엄중한 역사가 말해주듯 사회적 약자들의 투쟁에 대해 “불법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하기 이전에 먼저 그 법이 합당한 것인지, 왜 힘없는 이들이 이토록 싸우고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빚을 얻어 투자해 국민 전체를 채무자로 만드는…’은 사실 은폐의 극치이다. 한전은 연간평균 1조원 이상의 이윤을 내는 알짜 기업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의 이윤이 적자일 수 없으며, 적자가 지적되는 것은 정부가 송배전 영역에 이윤이 남도록 구조적으로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그만큼 값싼 요금의 전기를 공급하고도 엄청난 비용이 드는 발전소를 건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별자본에게 발전소를 넘겨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정부가 서민의 세금으로 발전소 건설비용을 자본가에게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고, 전기요금을 이전보다 몇 배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서민의 생활을 쥐어짜는 것, 그것이 바로 민영화이다.
발전 노동자들의 파업이 보름째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신문을 통해서 조합원들은 사측과 정부가 발표한 파업대책 및 조합원에 대한 경고성 명령을 확인할 따름이었다. 사실 전달조차 되지 않는다. 파업중인 조합원이 눈으로 확인하고 있는 복귀율이 사측 통계 그대로 보도되고, 90% 이상의 노동자가 파업 중에도 발전소가 ‘정상’운영된다는 정부의주장만 고스란히 옮겨졌다. YTN 뉴스의 하단 자막에 사장단의 복귀명령이 흐를 정도로 조합원과 가족에게 언론은 정부와 사측의 소유물로 비추어지고 있다.
의견 난에는 학자와 연구소 직원 이름이 채워지고 있지만 파업의 불법성을 지적하고 정부의 원칙적 대응을 주문하는 내용 일색이다.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조합원들이 왜 파업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관심은 찾아 볼 수 없다. 언론은 은폐를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