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학자 강현두. 30년 넘게 대학 강단에 섰던 그는 지난해 3월 한국디지털위성방송 사장으로 자리로 옮기면서 “그동안 가르쳐왔던 모든 것을 총 정리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또 “학자는 혼자 잘하면 되지만 경영인은 ‘공공’과 ‘조직’을 생각해야 된다”고도 했으며, 사업 초기 “앞으로의 기업활동에 있어 ‘윤리’는 더 중요시 될 것이 자명하다”며 엄격한 윤리강령을 선포해 언론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KDB는 언론으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볼 수도 볼 것도 없는 TV’라는 비판도 비판이지만 무리한 방법으로 내부 제보자를 색출하고 해고하는 황폐한 조직문화와 비윤리적인 행동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강 사장은 지난 9일 ‘언론의 비판적 보도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인사위원회가 해고를 의결한 간부사원 3명에 대한 해고에 최종 사인했다고 한다. 강 사장이 대학 강단에서 언론의 자유를 가르쳤던 ‘언론학자’라는 사실에 조금이나마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을 실망스럽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해고된 간부사원 3명이 실제 언론 제보자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히 언론의 감시를 받아야 하는 국책사업자가 이를 이유로 직원들을 해고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더욱이 ‘강철’이라는 익명의 제보자가 개인 이메일을 해킹해 부도덕하게 얻은 자료를 근거로 해당 직원들의 컴퓨터까지 떼어가 조사한 것은 강 사장이 사업 초기에 강조한 ‘기업 윤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