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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사설' 아내는 '칼럼'

경향 정동식 논설위원·칼럼리스트 제정임 부부

김상철 기자  2002.03.13 11:3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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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새 칼럼 필진을 공개한 경향신문 사고에는 눈길을 끄는 인사 한명이 올라 있었다. 경제 칼럼니스트로 소개된 제정임 전 국민일보 기자. 관심을 모은 이유는 ‘혼자 몸’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같은 날 논설위원으로 발령난 정동식 전 사회2부장과 제정임 전 기자는 부부 사이였던 것. 바야흐로 부부가 같은 신문에 사설과 칼럼을 쓰는 초유의 일이 이렇게 성사됐다.

정 위원은 경향신문 견습 22기 출신으로 법조팀장 사건팀장 행정팀장 전국부장 사회2부장 등을 역임했다. 견습 24기로 입사한 제정임 전 기자는 정 위원과 결혼한 이후 국민일보로 자리를 옮겨 경제정책팀장 산업팀장 등을 역임했다. 제 전 기자는 현재 서울대 경영학과 박사 과정을 밟고 있으며, 서울대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두 사람이 논설위원과 칼럼니스트로 다시 만나게 되면서 경향신문 내에서는 벌써부터 “부부가 한 신문에서 글솜씨를 겨루게 됐다”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같은 주위 시선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제 전 기자는 “남편이 논설위원으로 발령 받은 사실은 인사 직전에야 알았다”면서 “지난 2월 편집국장 선거 직후 강기석 신임 국장이 칼럼니스트 참여를 제의해왔다. 강 국장이 진보와 개혁을 표방하면서 새 필진 구성에 강한 의욕을 보여 수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에 대해서는 ‘인연’을 내세워 칼럼니스트 스카웃의 선봉에 선 것은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이 일었던 것도 사실. 이에 대해 정 위원은 “내가 개입할 문제는 아니었고 결정 여부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문제였다”면서 “솔직히 칼럼 집필을 수락한 건 의외”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 전 기자의 사정이 그렇게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다.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올해까지 박사 과정을 마쳐야 하고,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시사, 경제 분야 해설도 맡아왔기 때문이다.

제 전 기자는 “사실 시간에 쪼들리는 형편이었기 때문에 앞서 집필 제의가 들어왔던 곳도 다음 기회로 미뤘었다”며 “독립언론으로서 주의주장이 분명한 신문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남편은 사회부쪽에 오래 근무했으니 만큼 그쪽 방면의 사설을 쓸 것이고 나는 아무래도 경제 관련 칼럼을 쓰게 될 것 같다”는 제 전 기자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해 지면에 도움이 된다면 큰 보람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내커플 출신인 정동식, 제정임 부부가 사설과 칼럼에서 어떤 ‘화음’을 이뤄낼 지 경향신문 안팎의 관심 어린 시선이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