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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기자칼럼 유감

이충원 기자  2002.03.13 11: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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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연합뉴스 남북관계부 기자





지난달 27일자 기자협회보에 실린 모 신문 이모 기자의 ‘유태준 보도가 남긴 것’이라는 제목의 기자칼럼은 황당하다.

자신은 ‘유태준씨의 재탈북 경위 증언과 관련해 지면을 통해 처음으로 의혹을 제기’한 반면 ‘세몰이식 대북 보도와 일단 쓰고 보자는 식의 관행’에 빠져 ‘재탈북해 입국한 유태준씨를 가장 먼저 접했다고 하는 조선일보나 경위야 어쨌든 제일 먼저 유씨를 언론에 타도록한 연합뉴스’는 ‘곤혹스러운 입장’이라는 내용이다.

평소 연합뉴스 기사를 토대로 기사를 쓴다는 사실을 애써 숨기다 나중에 문제가 되면 연합뉴스를 거론하는 세태야 어제오늘 일도 아니지만 이 기자가 문제삼는 연합뉴스 기사가 대부분 필자가 쓴 것인 만큼 통일부 기자실에 함께 출입하는 선배 기자의 글을 반박해야 하는 ‘곤혹스러움’을 무릅쓰고 몇 마디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지난해 3월 탈북자 유씨가 다시 입북했다는 사실이 ‘공개 처형’이라는 특정 신문의 ‘오보’를 통해 처음으로 알려졌을 때 필자는 ‘9개월째 실종…일각에서 처형설 제기’라는 내용으로 보도를 했고 그후 북한방송에 2차례 유씨 기자회견이 보도되고 남쪽에서 유씨 어머니의 애끓는 기자회견이 몇 차례 열렸을 때도 계속 사실관계를 보도했다.

또 지난달 13일 유씨가 재입국했다는 제보를 받았을 때에도 바로 기사화하지 않고 관계 당국에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보도했으며 그 과정에서 유씨 가족들이 전한 ‘극적인 드라마’중 의문스러운 부분에 대해서는 같은 회사 다른 기자가 다른 탈북자들의 입을 빌어 처음부터 의문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 기자의 입장에서 쓰지 말아야할 기사를 쓰거나 써야할 사실을 쓰지 않은 적은 없었다고 자신한다.

그런데 지난해 3월 이후 내내 침묵으로 일관하다 특정 신문의 보도 내용 중 허점이 드러나자 그제서야 맹공을 퍼부었던 이 기자가 이제 와서 자신이 ‘처음으로 의혹을 제기’했다고 하는 것도 모자라 연합뉴스의 보도 자체를 ‘곤혹’스러운 것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지나치다.

이 기자는 다른 어떤 검증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혹시 탈북자 관련 보도는 특정 신문이 즐겨 쓰는 것이니까 연합뉴스는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