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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무차별 스팸메일 '골머리'

김상철 기자  2002.03.13 11: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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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물·대선주자 보도자료 등 하루 50여통

‘본업’ 활용 못하고 바이러스 침투 위험까지



“지우는 것도 일입니다. 3일 정도 쌓이면 정말 열 받습니다.”

한 신문사 편집부 기자의 스팸메일 얘기다. 이 기자가 전한 스팸메일 수는 하루에 보통 15건 정도. 상업용 광고 5∼6개, 포르노 사이트 3∼4개, 선거정국에 들어서면서 민주당 대선주자들로부터 3∼4개 정도씩이 합세했다.

얼마 전 스팸메일 공해를 지적하는 기사들이 지면을 장식하기도 했지만, 사실 기자들의 처지는 더 하다. 이메일 주소가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요인. 이 때문에 바이러스 침투 위협이 더 큰 것도 사실이다. 바이러스 문제는 둘째 치고 일단 ‘물량’ 자체가 기자들에겐 골머리를 썩히는 일이다.

앞서 편집부 기자의 사례는 양호한 축에 든다. 취재기자의 경우 많게는 30∼50통을 넘나들고 있다. “차라리 이메일 없는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다음은 대한매일의 어느 취재기자 얘기.

“하루 35통 정도 오는 것 같다. 5통 정도는 성인 사이트 홍보메일, 대선주자들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정견발표’ 메일이 5∼6통 정도. 그외에는 IT 등을 비롯한 광고 문건이다. 보도자료도 많이 오는데 정말 도움되는 건 주 1회나 될까….”

이 기자는 “아침에 회사 나오면 이메일 지우느라 볼 일을 못본다”면서 “일전에 3일간 해외 출장을 다녀왔더니 스팸메일이 100여통 가량 쌓여 있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정 때문에 기자들이 이메일을 정작 ‘본업’에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부산일보의 한 기자는 “개인적으로 유통, 환경 등 기자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누구 못지 않게 인터넷 활용을 많이 했는데 요즘엔 이메일을 거의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바람에 이메일 주소 노출이 더 많아, 그만큼 많은 스팸메일 공해에 시달린다는 것. 이 기자는 다른 한편 “오전에 후배들에게 그날의 정보나 참고할 내용을 보내주고 싶어도 스팸메일에 묻혀버리는 일이 많을 것 같아 보내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사내 현안에 대한 조합원 설문조사를 이메일로 실시했던 연합뉴스 노조는 답변을 ‘수거’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설문 참여도는 55.6%. 여기에는 스팸메일 홍수에 묻혀 노조 설문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점도 요인이 됐다.

자체 웹서버를 사용하는 언론사에서도스팸메일은 골칫거리다. 한 경제부 기자는 “서버 용량이 한정돼 있으니까 3∼4일만에 한번씩은 메일을 다 지워야 한다”며 “용량이 다 차버려 정작 받아야 할 자료를 못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메일을 비우다보면 이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까지 지워버리는 경우가 있다. 한번은 일요일에 기사 자료를 지워버려 기사도 못쓰고 데스크에 ‘박살난’ 적이 있다”며 ‘아픈 사례’를 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관계자들은 언론사 자체 웹서버를 사용하는 경우 스팸메일 차단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기자들에게 교육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아웃룩(outlook express) 메일을 사용하는 경우 ‘도구’ 메뉴에서 ‘메시지 규칙’을 설정, 스팸메일을 일차 차단하는 기본적인 작업도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상철 기자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