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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자 '현장 복귀' 바람부나

"데스크 싫다" 현장취재 '자원' 늘어

서정은/박주선  2002.03.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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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로 활동했던 중견기자들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데스크급 간부들을 ‘전문기자’나 ‘대기자’로 발령내는 경우도 있지만 본인 스스로 자청해 현장을 누비는 경우도 있다.

최근 탁기형 한겨레 사진부장은 일선 사진기자로 ‘복귀’했다. “현장에 대한 갈증이 심했다. 사진기자는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게 탁 기자가 현장을 선택한 이유다. “많은 경험을 쌓은 기자들이 현장에서 일해야 더 나은 보도 사진을 제작할 수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일찍 데스크로 사장되는 게 안타까웠다. 꼭 나이 많은 사람이 데스크를 할 필요는 없다.”

탁 기자는 “6년만에 현장으로 돌아오니 살아있는 것 같아 좋다”며 후배에게 데스킹을 받는 문제에 대해서도 “불편한 것은 없다. 오히려 어려운 일을 맡아준 후배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스포츠서울의 경우 지난해 12월 편집국장을 역임한 이종남 이사대우와 이병진 부국장, 신명철 부국장 등 3명을 ‘대기자’로 발령냈다. 농구·골프를 담당하는 이병진 대기자는 “농구기자 17년, 관련 데스크 5∼6년이다. 이젠 농구계 흐름을 보다 객관적으로 읽어내는 눈이 생겼고 따라서 전문적인 기사를 쓸 수 있다”며 “한 분야를 오래 담당한 기자가 기사를 쓰면 신문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어깨도 무겁다. “예전엔 흥미나 재미를 좇아 기사를 쓰려고 했는데 이제는 의미있는 기사를 써야 하고 취재기자들과 뭔가 달라야 한다는 부담도 만만찮다”는 것.

중앙일보도 지난 15일 인사에서 이만훈 전국부장을 사회전문기자로 임명했다. 중앙은 이에 앞서 지난 1월 정우량 전 편집위원, 한천수 전 사회담당 부국장, 김수길 전 경제담당 에디터, 양재찬 전 경제부장 등 4명을 전문기자로 발령냈다. 그동안 쌓은 현장 취재 및 데스크 경험을 십분 발휘해 보다 우수한 현장 기사로 신문의 질을 한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한편 배장수 경향신문 영화전문기자는 최근 사건기자로 변신해 화제를 모았다. 배 차장은 경찰기자를 자청해 현재 사회부 경찰팀 종로 1진으로 뛰고 있다.

다시 ‘현장’을 누비는 중견기자들의 모습에 일단 언론계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전문기자’ ‘대기자’ 제도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으려면 언론사 차원의 면밀한 준비와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신문사 사회부기자는 “외국 기자들은 한 분야를 수십년 담당해 60∼70살까지 현장을 누비는 경우가 많다”며 “일정한 전문성을 갖춘 중견기자들이 현장을 뛰면서 질 높은 기획기사를 생산하는 풍토가 더욱 확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스포츠지 기자도 “아직은 실험 단계인 만큼 현장 경험이 많은 기자들이 지면의 전문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