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취재를 위해 다른 사람 집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허락을 받고 들어간 것이 아니라면 ‘주거 침입’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지법 형사9단독(박태동 부장판사)은 지난 15일 세계정교 교주의 신도 폭행 사건을 취재하다가 종교시설을 무단 침입한 혐의로 약식 기소된 MBC PD수첩 윤길용 PD에 대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업무상 취재에 해당하고 취재내용이 진실이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주거 침입은 정당한 업무수행으로 볼 수 없고 진실여부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주거침입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PD는 “제보 내용의 확인취재를 위해 수 차례 세계정교 교주를 상대로 면담을 요청했으나 만날 수 없었다. 교주는 공인의 신분일 뿐 아니라 찾아간 곳도 개인의 집이 아니라 종교시설로 등록된 곳이었다. 반론권을 주기 위한 정당한 취재행위였다”며 지난 15일 항소했다.
윤 PD는 지난 98년 11월 24일 방영된 ‘세계정교 총령님 어디 계십니까’와 관련, 세계정교 여신도들이 교주 및 교단 간부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제보를 받고 이를 확인 취재하기 위해 여신도 한 명을 동행하고 세계정교 종교시설인 일신정에 들어가 인터뷰를 시도했다가 약식기소 됐다.
한편 세계정교 측은 이에 앞서 MBC 등을 상대로 10억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나 프로그램 내용의 진실성과 정당성과 관련된 부분은 모두 기각된 반면 주거침입부분과 관련 프라이버시 침해사실이 인정돼 500만원 배상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이에 대해 박형상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주거침입에 대해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우리 기자들도 그동안의 취재 관행을 바꾸고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이미 민사소송을 통해 판결이 내려졌고, 공익목적의 취재행위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PD 개인을 상대로 한 형사사건에서까지 벌금형을 내리는 것은 과도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