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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 대한매일과 정부의 소탐대실

편집  2002.03.20 11:4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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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매일 민영화 출발을 보는 우리의 시각은 한마디로 착잡하다. 민영화이후에도 정부의 인사개입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정부는 지난 12일 대한매일 경영진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를 전후해 이사진 선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정부소유 시절의 사장과 주필을 지낸 인사를 유임시켜달라는 주문이 우리사주조합쪽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되자, 또다시 한 일간지 논설위원 출신의 인사를 이사로 선임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 역시 내부 반발에 부딪치자 정부쪽은 대한매일의 논설위원을 지낸 인사를 새로 이사로 제안했다. 논란 끝에 주총에서 이를 수용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거론됐던 특정인사의 자질이나 능력 등을 평가하거나 그에 따른 인사의 잘잘못을 따지려는 게 아니다. 민영화 언론 대한매일에 대한 정부의 구태의연하고 교묘한 인사개입 행태를 지적하고자 한다.

정부는 이사 추천 등 이러한 행위를 대한매일 지분보유에 따른 당연한 주권행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재경부가 소유한 30.5% 지분에 우호지분인 KBS, 포철 지분을 합할 경우 정부쪽이 61%를 지닌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대한매일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필요한 경우에는 개입할 수 있다”(김병기 재경부 국고국장)는 것이다.

정부 인식이 이렇다면 대체 대한매일의 민영화가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매일 민영화는 소유구조 면에서 정부소유의 굴레를 벗어난다는 단순한 의미 외에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언론개혁적 의미가 내포돼 있다. 더구나 이번 민영화는 정부가 베푸는 시혜적인 조치가 아니라 대한매일 직원들의 오랜 투쟁과 국민들의 지원에 따른 민주 성과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른바 우호지분을 끌어들여 주권행사를 빌미로 민영언론사에 대해 인사개입을 계속 한다면 정부소유 시절 유무형의 간섭, 통제를 한 것과 달라진 것이 무언가. 언론의 기본적인 생존조건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다. 정부의 주권행사 운운은 이런 면에서 대한매일 기자 등 직원들의 오랜 숙원인 독립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는 또 대한매일의 거듭나기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정부 간섭구조를 원천적으로 개선하지 않고는 실질적인 민영화, 독립언론 달성이 쉽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정부 지분의 공익재단 출연이나 우리사주조합의지분 확대 등을 통해 실질적이고 독립적인 대한매일 민영화에 다시 우리의 역량을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