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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라고 묻는 사회를 위해

한겨레 토론면 한달…시민단체 일색 벗어나야

박주선 기자  2002.03.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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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파업 전후 한겨레 ‘왜냐면’에는 ‘기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2월 28일자)’ ‘철도파업 노동자의 논리적 비약(3월 5일자)’ ‘철도 노동자 파업 정당하다(3월 7일자)’ 등 반론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발전노조 파업 때도 파업의 정당성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기존 신문지면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풍경이다.

한겨레가 지난 2월부터 ‘왜냐면’을 통해 새로운 토론문화를 시도하고 있다. ‘왜냐면’은 매주 화, 목요일에 평균 세편씩의 글을 싣는다.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다. 한 번에 하나의 주제에 대해 찬반 토론을 하는 게 아니고, 지면에 나온 글을 보고 반론을 싣는 형태의 시차 토론을 벌인다.

토론면을 담당하는 홍세화 기획위원은 “왜냐면은 ‘보는’ 신문지면이 아니라 ‘읽고 생각하는’ 신문지면이다. 한국 사회 개선을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의 동반자가 되고 싶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한국사회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토론 문화를 활성화하려는 생각도 있었다. “한국은 ‘왜’라는 질문을 무시한 사회이다. 극우 헤게모니를 관철하기 위해 가정, 직장, 사회 곳곳에 군사 문화가 있다. 논리적인 주장 대신 힘으로 모든 걸 관철하려 한다”는 것이다.

기획 의도대로 누구나 논리적인 주장을 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우선 긍정적이다. 예컨대 파업을 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가감없이 게재된 것도 흔치 않은 경우였다. 홍 위원은 “신문이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수용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민사회의 글을 받으면서 토론 문화의 가능성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반면 사진이 없고 다소 빡빡하다는 등 ‘읽기 힘든 지면’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필자가 노동자, 시민단체 관계자 등으로 치우치는 것도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당초 취지대로 왜냐면을 ‘건전한 진보’와 ‘합리적 보수’간의 토론장, 정치인들이 철학과 소신을 펼치는 장으로 만드는 것도 과제로 남아있다.

앞으로는 토론면에 실리는 원고 선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한겨레와 시민사회 관계자 두 명씩으로 구성된 선정소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토론면을 일주일에 세 번으로 늘리는 것도 검토 중이다. 홍 위원은 ‘무겁다’는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재미나 위트가 있는 짧은 글을 집어넣는 등 산뜻함을 가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