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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편집위 발족 1년…내부평가 'OK'

"경영·편집간부·노조 '토론마당' 큰 의미

서정은 기자  2002.03.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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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만으로도 공정보도 압력” 평가 받아





발족 1년을 맞은 중앙일보 편집위원회가 내부 평가에서 합격점을 받고 있다. 신문 제작 및 취재·업무 관행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점부터 큰 틀의 제작 방향까지 경영진, 편집 책임자, 노조 대표 등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함으로써 내부 비판과 감시가 활발해지고 제작 과정에도 상당 부문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2일 첫 회의를 시작한 편집위원회에는 이제훈 사장, 한남규 편집인, 권영빈 주필, 최철주 논설위원실장, 이장규 편집국장, 정춘수 심의실장, 배두일 편집부장, 최상연 노조 공보위원장 등 8명이 참석하고 있다. 부장단 대표는 3개월씩 돌아가며 맡는다. 격주마다 열리는 편집위원회에서는 2주치 신문을 평가한 심의실과 노조의 의견서를 토대로 토론이 진행되며 지면 평가, 광고 성격, 기사 누락 및 배치, 기사 표현 방식 등 실무적인 부분과 전반적인 제작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홍석현 회장의 제안으로 편집위원회를 발족하면서 ‘신문의 편집·제작과 관련한 정책 및 방향을 심의·결정하는 최고 기구’로 규정하고 “일선 데스크나 젊은 기자들의 참신한 시각과 비판까지 과감하게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일선 기자들은 편집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편집국 한 기자는 “회사 경영진과 편집 책임자, 기자들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듣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일선 기자들의 의견이 상당부분 수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춘수 심의실장은 편집위원회의 ‘교육 효과’를 강조했다. “매일매일 신문을 제작하는 편집국에선 놓친 부분이 있어도 그냥 넘어가거나 아예 문제점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공식 회의에서 지적하고 토론함으로써 문제를 파악하는 교육·인지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최상연 노조 공보위원장(정치부 기자)은 “편집위원회는 사내 보도 공정성 여부를 다룰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구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보도 공정성에 대한 유무형의 압력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앞으로 선거 정국에서 편파보도를 막고 공정보도를 이루기 위해 활동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편집위원회에서는 신문 제작 환경에 대한 일선 기자들의 불만이나 요구사항도 안건으로 상정되고 있다.

최근 편집위원회에서 노조 공보위는각종 명예훼손 소송에 대비해 자체 교육, 변호사 수 확대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회사도 이같은 편집위원회 회의 결과를 수렴해 명예훼손 대처 및 공정보도 방안을 본격적으로 연구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편집국 한 관계자는 “지금은 제작 기술적인 측면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제작 방향이나 근무여건 개선 등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며 “언론 본연의 기능에 대해서도 심도 깊게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