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삼 신임 대한매일 사장에 대한 사원들의 공통된 반응 중 하나다. 국실장의 업무보고 내용을 일일이 녹음하는 것도 그런 유 사장의 한 단면일 것이다. 대한매일 사상 처음으로 정부가 아닌 우리사주조합에 의해 추천된 사장. 유 사장 본인도 “난 누구에 의해 임명된 게 아니고 사원들에 의해 뽑혔다”며 “영예로운 일”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지난 14일 취임식 이후 한시간여의 인터뷰 시간을 내기조차 빠듯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그를 18일 만났다.
-우리사주조합이 최대주주가 되면서 대한매일의 소유구조가 바뀌었다. 민영화 의미를 어떻게 보나.
“대한매일은 서울신문 역사를 거치면서 50여 년간 정부 기관지로 존재했다. 선진국을 지향하는 나라에서 정부 기관지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하루 빨리 민영화가 됐어야 했다. 김영삼 정권도 야당 시절에는 민영화를 주장했지만 민영화를 실현하지 않았다. 이 정부도 공약 사항이었으면 집권 직후 바로 하는 것이 가장 좋았을 것이다. 집권 말기에 한 것은 아쉽지만 선거를 앞에 둔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데도 불구하고 손에 쥐었던 것을 놓은 건 평가해 줄 만하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는 이사진 선임 과정에서 특정 인사의 잔류, 선임을 요구했다. 정부의 주권 행사는 정당한가.
“정부도 대주주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민영화의 기본 취지에서 보면 사원들의 총의에 맡겨 주는 게 더 합리적이다. 진통은 겪었지만 적합한 절충을 이루었다. 우리사주조합이 지분을 51% 이상 가졌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사원들이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40% 정도의 주식만을 소유하게 되면서 생긴 문제다. 누가 정권을 잡게되든 다음 정권에서는 완전한 민영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2단계 민영화를 추진할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
“다른 주주들과의 역학관계를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것은 밝힐 수 없다. 2단계 민영화를 위한 정부의 결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취임식에서 대한매일을 ‘강소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는데.
“우리나라가 강대국이 되는 것보다는 강소국을 지향해야 한다는 논리와 마찬가지로 신문으로서 강대지를 지향하기보다는 강소지를 지향하자는 것이다. 일단 작지만 영향력 있는 신문을 만들겠다. 지금은 작고 영향력 없는 신문이다. 기반을 쌓은 다음 크고 영향력 있는 신문을 만들것이다. 단계적 접근 전략이다.”
-대한매일이 지향하는 색깔은.
“중도개혁과 온건진보라는 대한매일의 기존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개혁 지향적인 신문이되 좌우 양쪽 모두 논리로서 의견을 펼칠 수 있는, 사상의 자유로운 공개 시장 역할을 하려 한다.”
-20여 년간 내부 구성원으로, 10여 년간 독자로서 지켜본 대한매일의 장단점은.
“단점은 정부 기관지에서 오는 치명적 결함이 있었다는 것이다. 권력에 대해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 신문의 존재 이유인데 그게 제대로 되지 못했으니 존재 의의가 있었겠느냐. 장점은 기자로서 사명을 지키고 문화면, 비정치적 기획기사, 공공뉴스를 특화시켰다는 것이다.”
-‘편집국장 직선제’에 대한 생각은.
“그동안 편집권 독립이 강하게 제기됐던 것은 외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 했기 때문이다. 민영화되고 사장도 사원들의 총의로 선출된 마당에 편집국장 직선제의 도입 의의는 약화된 게 아닌가 한다. 어떻게 하는 게 편집권 독립의 기본 정신을 살리면서 사장과 기자들이 혼연일체가 돼서 효율적으로 좋은 신문을 만들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편집국장 직선제뿐만 아니라 편집위원회 제도, 사후 평가제, 임명동의제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제도가 없더라도 관행으로 편집권을 보호하는 나라도 있다. 어느 형태가 가장 적합한지 편집국 동료, 후배들과 고민하겠다.”
-올해 11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현 편집국장의 인사도 가능하다는 것인가.
“아직 결정된 바 없다.”
-지면 제작과 관련, 발행인의 참여범위는 어떻게 보나.
“나는 한 주도 없는 발행인이다. 권력자로부터 임명된 게 아니고 주주이면서 사원, 기자, 노조원이 뽑고 투표로서 선출된 고용인이다. 오너이거나 오너의 요구를 수행하거나 외부 권력의 뜻에 따라 임명된 게 아니라 사원들의 대표이자 기자들의 대표인 것이다. 기존 발행인과는 다르고, 사원들과 지배관계, 갈등관계에 있지도 않다. 일반적인 발행인, 편집인의 관계로 보면 안 된다.”
-1000억원대의 부채를 안고 있는데 경영정상화 방안은.
“정확히 부채가 1077억원이다. 은행 강도가 아니고서야 갑자기 1000억원을 만들 수는 없다. 영업력을 강화하고 좋은 신문을 만들어 경영을 개선해야 한다. 부채의 근본원인은 정부의 기관지로 존재한 데 있다.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해결 방안을 찾아주길 기대한다. 기회가 되면정부측에 요구하겠다.”
-구조조정 등 조직 운영에 대한 생각은.
“업무 파악이 되는대로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조직 개편을 하겠다. 구조조정이라 하면 감원을 생각하는데 구조조정은 조직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무조건 자르고 인건비를 줄이지는 않겠다. 성실히 일하는 사원들과는 함께 간다. 구체적인 조직 운영안은 아직 밝힐 수 없다.”
대한매일이 경영권을 갖고 있는 스포츠서울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스포츠서울의 신임 경영진 선임과 관련, 유 사장은 “좋은 사람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서울의 CTS 도입 등 독립경영 추진으로 인한 양사간 마찰에 대해서도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우리사주조합이 최대주주인 언론사의 경우 모두가 주인이기도 한 반면 주인이 없어 리더십이나 조직원의 책임감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사원들 스스로가 반성해야 한다. 사원들의 투표로 대표이사를 선임했고, 모든 면에서 최대한 권한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취임했다. 조직원들은 대표이사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신문사의 위계질서를 철저히 지키면서 사원들 스스로가 부여한 권한을 행사할 것이다.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
유 사장은 신문의 사명은 ‘진실보도’라고 했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진실되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자가 이 세상을 정확하게 인식하도록 보도하고, 사회의 발전을 위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임 유 사장이 진두지휘하는 대한매일이 사명을 다하는 신문으로 거듭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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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사장은 65년 신아일보에 입사한 이후 69년부터 89년까지 서울신문(현 대한매일)에서 논설위원, 편집국 부국장 등을 거쳤다. 90년 중앙일보로 옮겨 논설위원, 중앙M&B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으며, 직전에는 중앙일보 논설고문 겸 시민사회연구소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