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사 여론조사 보도가 결과 공개를 놓고 구설에 오르거나 일부 대선주자측에서 질문 구성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여론조사의 투명성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질문지 공개, 조사 정례화 등을 통해 신뢰도를 높이는 한편 여론조사를 둘러싼 불필요한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은 SBS가 지난 17~19일 TN소프레스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도하지 않았고, 이인제 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3일자 대한매일 인터뷰에서 “TN소프레스 조사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빌라문제를 거론한 뒤 서민 이미지의 노 후보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식으로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 필요성을 더하고 있다. 이 후보의 의혹 제기는 지난 23일 TN소프레스측이 질문지를 전격 공개하면서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났다.
이에 앞서 중앙일보는 지난 2일 박근혜 의원 한나라당 탈당 관련 여론조사에서 3자 대결을 상정, 이 회창 총재-박 의원-‘민주당 유력후보인 A후보’라고 거명했다가 13일자 2차조사에서는 1차조사를 인용하며 민주당 후보를 이인제 고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안부근 전문위원은 이에 대해 “1차조사 당시엔 민주당 경선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비실명으로 한 것인데 이후 다른 기관의 조사에서 대부분 이인제 후보를 거명, 의미가 없어졌다고 판단해 이름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관계자들은 이같은 사례와 관련 “정치권 일각의 근거 없는 의혹제기도 문제지만, ‘조사한 내용은 공개한다’는 기본 원칙을 지킨다면 안팎의 구설에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조사연구학회에서 제정한 여론조사 관련 준칙에 따르면 ▷조사자와 조사의뢰자 ▷표집방법 ▷조사시기와 조사지역 ▷표본크기 및 산정방법 ▷조사방법 ▷표집오차 ▷응답률 ▷질문내용 등 8개항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론조사 준칙은 이를 “언론인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함에 있어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홈페이지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항목에서 대선 지지도 조사 질문지를 공개하고 있다. 홍영림 여론조사 담당기자는 “인터넷 활성화로 지면상의 제약은 조사내용의 미공개 사유가 될 수 없다”며 “표본의 지역, 연령별 분포는 물론 질문 내용과 순서 등을 공개함으로써 신뢰도를 높일 수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2일자에 게재된 박근혜 의원의 한나라당 탈당 관련 조사내용을 인터넷에 올렸지만 질문지 공개를 정례화한 것은 아니다. 안부근 전문위원은 “아직 공개원칙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질문지 공개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여론조사 정례화 문제에 대해서도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조사를 내놓고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등 ‘선택적 공개’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검토해볼 만한 조치라는 것이다. 홍영림 기자는 “경선이 가열되면서 여론조사를 둘러싼 음모론도 빈번해질 여지가 있다”면서 “조사내용 공개를 의무화하고 조사를 정례화하는 게 투명성 강화를 위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동규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매체 입장에서는 이슈가 있을 때마다 시의성 있게 조사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여론조사의 본래 의미가 전체적인 트랜드를 짚어주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조사 일정을 밝히고 정례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