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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상조회 골프장 불법 운영

한국, 특종 취재하고도 보도 안해

박주선 기자  2002.03.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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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가 이달 초 국정원 직원들의 상조회인 양우공제회가 원주에 있는 파크밸리 골프장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취재하고도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일보 사회부는 지난달 국정원 상조회 양우공제회가 골프장을 인수했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를 시작했다. 사회부의 한 기자는 “원주에 있는 10여개 골프장의 등기부 등본을 떼서 소유주를 확인했지만 양우공제회 소유의 골프장이 없어 지난해 말 소유주가 바뀐 골프장을 찾아 양우공제회가 모회사의 이름을 빌려 골프장을 인수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또 “양우공제회측은 사단법인으로서 영리활동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구한 결과 국정원 상조회가 골프장을 인수, 운영하는 것은 국가공무원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다”며 “기사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해 사회부에서 편집국장에게 기사화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사회부 담당팀은 취재차 원주에 두세 차례 내려가고, 이 기사가 지난 4일자(월요일)에 실릴 수 있도록 휴무일인 토요일에도 확인취재에 나섰다. 하지만 공들여 작성한 기사가 정당한 이유없이 보도되지 않자 힘이 빠진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담당팀의 한 기자는 “취재를 하는 중에 국정원 관계자들이 ‘기사를 꼭 내보내야겠느냐’며 보도를 하지 말 것을 요청했었다”고 말해 국정원에서 회사측에 로비를 했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사회부의 또다른 한 기자는 “회사가 채권단과 협상을 벌이는 중이어서 국정원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규식 편집국장은 이와 관련, “나와 회사 자체 판단에 의해 기사가 안된다고 판단해서 내보내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한편 한겨레는 지난 20일자 1면 ‘국정원 상조회 골프장 사업 물의’와 관련 기사 ‘정보기관 직원 이권사업 충격’ 등에서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한겨레는 “현직 공무원들이 모임을 통해 이권사업에 나선 것이어서, 공무원의 영리활동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에 위반된다는 위법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21일자 5면 ‘국정원 상조회 골프장 운영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같은날자 사설(‘국정원 골프장’ 논란)에서 “공무원, 그것도 최고의 정보기관원들이 수익사업을 한다면 정보기관의 ‘힘’을 익히 아는 국민이 순수하게받아들이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박주선 기자 su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