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를 해놓고도 ‘너무 큰 격차’를 이유로 불방 결정을 내린 SBS 보도본부 간부들을 두고 SBS 기자들은 “새가슴이 문제”라고 말했다. “‘상식을 뛰어넘은’ 여론조사 결과를 의심하고, 괜한 파장과 부작용을 낳는 건 아닌지 우려한 간부들의 자체 판단은 결국 ‘자기검열’과 ‘눈치보기’였다”는 것이다.
SBS는 지난 13일 민주당 노무현 고문이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첫 보도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SBS는 5일 뒤 다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총재와 노 고문의 격차가 17% 포인트 벌어지자 이번엔 ‘신뢰도가 의심된다’며 불방을 결정했다.
물론 너무나 판이하게 달라진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고 난감했을 SBS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조사 기법엔 문제가 없었는지, 각종 정치적 변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건 아닌지 등등을 살피는 신중함도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내부 참고용이 아닌 보도용이었다면 예정대로 방송해야 한다는 일선 기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였어야 했다. 언론사마다 자체 판단에 따라 ‘의외의 결과’는 버리고 ‘예상된 결과’만을 취한다면 국민 알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제주 경선에서 한화갑 고문이 1위를 한 것 역시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국민 여론을 전달하겠다’면서 조사를 해놓고, 그 결과는 기자들이 판단하는 상식과 예측에 맞아떨어져야만 보도할 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나 자기중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