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언론재단에 남향시보를 기증한 김영호 우석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남향시보는 군단위에서 발행된 최초의 순수 지역주간신문”이라며, “자유당 정권 말기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의식과 지역주민의 정보추구 욕구를 잘 담은 비판정신이 살아있는 신문”이라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또 “연구자료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돼 발행인이었던 김봉호 씨로부터 기증받은 남향시보를 언론재단에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향시보는 4·19 직전인 1960년 3월 5일에 창간돼 일주일에 한번씩 2면으로 발행됐으며, 1961년 5월 12일 58호로 폐간됐다. 남향시보의 ‘색깔’은 당시 게재된 칼럼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관권의 뒷받침으로 당선된 현 자유당 국회의원은 물론 국민의 불신을 받은 야당 국회의원은 동시에 자진 총사퇴하여 새로운 총선거에서 진정한 민의에 의해 선출된 민의원으로 대치되어야 할 것이다. (…)아 死一救! 오로지 주검으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구한 젊은 학도들의 애국지심 앞에 우리 다같이 숙연히 머리 숙여 민주대한건설에의 결의와 각오를 더욱 높게(…)(60년 5월 17일자 자유논단 ‘민심은 곧 천심이니라’).”
이에 앞서 4월 29일자 ‘민주혁신의 거국적 요망’에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부르짓던 동생들 아들들 딸들의 영령에 보답해서 실로 명랑한 사회를 건설하려면(…) ‘온고지신’이니 ‘천천히’니 ‘결국 별수 없는 일’이니 하는 것 또한 민주전선에서 적이 아니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남향시보는 또 해남군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을 주요하게 다루는 등 지역신문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화산에 출연한 복면강도, 해남 형사 무난히 체포’ ‘병든 불우한 청년을 동정, 메마른 세상에 피어난 인정미담’ 등이 그 예다.
농촌 지역의 특성을 살린 기사들도 눈길을 끈다. ‘농촌은 버림받은 지역인가? 농어중점의 문화시책이 긴급, 문화시설 태무한 남부 6개군의 경우’ ‘농촌 문화향상 위한 장려책 긴요, 향토문화상 등을 제정하라’는 등의 기사가 2면에 주요하게 실렸다.
매주 1면 하단에 게재됐던 ‘내주의 농사메모’에도 지역 농민들을 위한 정보가 담겨있다. 한 예로 60년 4월 8일자에는 “수박은연작을 매우 싫어하며 연작을 하면 병해를 입는다. 그러나 접목재배를 하면 어느 정도 연작이 가능하게 되므로 접목법을 소개한다(농교소 제공)”며 수박 접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외에 남향시보는 지역민들을 위한 어린이날 기념 행사 ‘어린이 현상문예작품모집’을 하고, ‘공연안내(해남극장)’ ‘신간안내(해남서점)’를 게재하기도 했다.
신문에 게재되는 광고는 대부분 지역민들이 내는 것이었다. ‘해남 천주교회’ ‘럭키양복점’ ‘드라이크리닝의 원조 건미사’ ‘해남사진관’ ‘일류 재단사는 신흥, 양복은 재단이 제일(해남읍 중앙리 신흥 양복점)’ ‘소풍 신혼여행은 자가발전과 욕실이 완비된 풍경 절묘한 해남대흥사의 은하여관으로’ 등. 김영호 교수는 “문필 활동을 했던 김봉호 씨 등 지역 인사들이 중심이 돼 5·16으로 인해 발행이 중단될 때까지 1년 이상을 지역민들의 힘으로 발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