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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 질문지 인터넷에 공개하라

우리의주장  2002.03.27 13: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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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이번 대통령 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이회창’씨,민주당 후보로 ‘노무현’씨,무소속 또는 신당 후보로 ‘박근혜’씨가 출마한다면,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조금이라도 더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조선일보가 자사 인터넷 신문에 올려 놓은 ‘대선 가상대결’ 선거여론조사용 질문이다. 지난 23일 이렇게 물어 나온 결과를 근거로 이 신문은 “박근혜 의원이 낀 3자 대결에서도 민주당 노무현 고문의 지지도는 38%로 이회창 총재(30.4%) 및 박 의원(14.3%)보다 높았다”고 썼다.

조선일보의 앞선 실천으로,지면(화면) 제약 때문에 여론조사에 쓰인 질문들을 공개하기 어렵다는 우리 언론사들의 궁색한 변명은 더 이상 통할 수 없게 됐다. 우리는 5년 전 15대 대선을 앞두고 선거 여론조사의 공정성 시비가 일 때 인터넷 신문에 조사용 질문을 공개하라고 제안한 바 있다.

그 후 5년,인터넷은 이제 보편적인 매체로 자리잡았다. 지면 제약은 더 이상 조사용 질문 등 여론조사와 여론조사 보도의 공정성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부가적인 정보의 흐름을 언론사들이 자의적으로 차단하는 구실이 될 수 없다. 굳이 전통적인 ‘국민의 알 권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언론사 여론조사에 응한 국민들은 공공의 정보인 그 결과를 ‘향유’할 권리가 있다.

여론조사의 결과는 질문의 배열과 질문에 쓰이는 어휘의 선택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단적으로 조선일보의 질문 공개로 우리는 후보 지지도가 어떤 식으로 조사되는지 알게 됐다. 이런 질문이 후보들의 지지도를 재는 잣대로서 과연 타당한지 따져 보는 것은 사회조사를 전공한 학자들의 몫일 것이다. 우리 여론조사에서 어쩌면 몇 %의 신뢰수준에서 ±2.5%니 하는 표본오차보다 더 심각할지도 모를,질문 자체의 바이어스로 인한 비표본오차와 보도 과정에서의 해석의 오류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도 질문 공개는 필수적이다. 이는 지금 우리 언론의 몫이다. 여론조사용 질문도 공개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도록 해야 한다.

SBS는 지난 9일 가상 대결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지 않았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의 선택적인 보도에 대해 우리는 경계한다. 만일 과학적으로 투명하게 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가 언론의 상식에 부합하지 않았다면 언론이 여론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대세론’이니 뭐니 하며 전한 여론이 언론의 착각이었던 셈이다. 이 문제 역시여론조사의 과정과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될 때 비로소 검증될 수 있다.

우리는 또 언론사들에 오는 12월 대선까지의 조사 계획을 미리 세워 대선 여론조사를 정기화할 것을 제안한다. 지지도는 트랜드가 중요하다. 정치적인 변수가 생겼을 때 하는 조사는 가외적인 것이 돼야 한다. 그래야 일부에서 제기하는 의혹 시비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예산이 달린다면 다른 매체와 손잡고 공동으로 하라.

선거 여론조사도 더 투명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