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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할 말 있다] 디지털 방송 방식 철저한 검증을

박병완  2002.04.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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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완 한국방송기술인협회장



최근 차세대 전투기 사업과 관련해 논란이 한창이다. 전투기 40대를 구입한다는 이 사업의 예산은 6조원이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다 검토에만 수년간을 지속해 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기종 선정 최종 결정을 눈앞에 두고 선정 과정의 불합리성과 의문점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로 인해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다.

전투기 사업은 디지털 방송에 비하면 매우 적은 규모다. 더군다나 일반 국민들의 실생활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디지털 방송의 중요성은 전투기 사업을 훨씬 능가한다. 현재의 아날로그 방송을 디지털로 전환하는데 2010년까지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전투기 사업의 10배에 달하는 약 50조∼60조원에 이른다. 방송사들의 전송망 교체만도 2조원 이상이 소요된다. 그런데도 기술표준(방송방식)을 결정하는데 6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음은 기본적으로 졸속결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디지털 방송은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야 가능한 사업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국민들이 디지털 방송의 실상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 심지어 우리가 선택한 미국식 기술표준이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2년 전부터 이를 치유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최악의 경우 전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 데이터 방송 서비스를 수신할 수 있는 수신기는 아직 제작도 안되고 있고 그 결과 시중에 판매조차 되지 않고 있음에도 월드컵을 계기로 쌍방향 데이터 서비스를 활성화한다는 정부와 방송사들의 일방적인 홍보는 일종의 기만극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디지털방송 기술표준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기술적인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돼 언론의 지면을 차지한 적은 거의 없다. 오히려 정부가 어떤 사업을 하기로 했는데 이를 통해 수출이 획기적으로 증대되고 수입대체 효과가 얼마이며 고용이 수만명 창출된다는 식의 획일적인 장밋빛 전망 기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와 같은 현상의 이면에는 우리 사회에서 기술과 관련된 정책결정 구조의 폐쇄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오늘날의 과학기술은 과거와는 달리 국민 생활 구석구석에 파고 들고 있다. 따라서 소수 기술전문가들에 의한 정책 결정은 과거의 유물이다. 보다 상세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사전에 공개하고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방향으로 정책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정확한정보제공자로서의 언론, 특히 발로 뛰어 발굴한 취재기사의 필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