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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햇살에 떠는, 그대는 누구인가

김택근.최흥수  2001.01.03 11: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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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햇살에 떠는, 그대는 누구인가



김택근/시인, 경향신문 문화부장.부국장

사진제공=최흥수 한국일보 사진부 기자





햇살은 올해도 철조망을 찢는구나

찢긴 아픔 사이로 언뜻 개마고원, 칠보산, 두만강 비치고

보다 만 금강산도 보인다

받쳐들면 흘러내리는 백두대간, 속의 바람을 꺼내

두팔 벌려 안아본다

아 그림자보다 남루한 남과 북의 포옹

힘 줄수록 얼굴은 지워지고 체온만 남아

서로의 서로가 된다

우리의 우리가 된다

마르고 닳도록 이름만 부비다가 이름까지 버린후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은 사람들



서로는, 우리는, 똑같이

꿈꾸기 전에 꿈을 사산(死産)시켰다

허리 부러져 앉은뱅이 55년

살기(殺氣)를 핥으며 뱃바닥으로 기었다

하늘엔 뼈 없어 야윈 햇살

떠돌다 내리면

땅엔 혀 없이 뒹구는 말들



다시 서로 우리 태양을 부른다.

2001년 새해

허리에 허리 맞대고 희게 웃는 우리들 빈 가슴에

해가 뜬다

아픔을 찔러 피를 내고

이제 뼈 없는 햇살

검붉은 노래를 붉게 사르는

침묵의 눈부심, 눈물겹다



아, 너는 누구이고 나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