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평소보다 10여 편이 적은 22개 작품이 출품되어 6개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SBS의 ‘이수동 전 아태재단 이사, 이용호 게이트 연루’, 중앙일보의 ‘의원 노선 대해부 시리즈’, 한겨레의 ‘중국 대륙에 떠도는 한국인 2세들’, KBS대전의 ‘KF-10 전투기 또 추락’, 제주일보의 ‘제주의 잣성’, 연합뉴스의 ‘오심이 가른 희비’ 등 6개 작품이다.
취재보도부문에서는 SBS의 ‘이수동 전 아태재단 이사, 이용호 게이트 연루’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작품은 김대중 대통령의 집사였던 이수동 씨가 ‘이용호 게이트’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보도로 말미암아 김 대통령의 차남이 운영하는 아태재단은 사회적 감시의 대상으로 부각되었다. SBS는 지난달에도 김 대통령의 처조카 이형택 씨가 보물발굴사업에 개입한 사실을 보도하여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특별검사가 올린 개가를 SBS가 연이어 올린 셈이다.
기획보도부문에서 수상작으로 뽑힌 중앙일보의 ‘의원 노선 대해부 시리즈’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원의 이념을 계량화하고 그 지수를 도표화했다는데 의미가 크다. 다시 말해 국회의원의 이념성향을 입체적으로 조사, 분석했다는 데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주의와 당주(黨主)위주의 정당체제를 이념과 정책중심의 정당체제로 개편할 필요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 크다. 유권자에게는 학력과 경력을 벗어나 이념성향을 국회의원 선출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자료를 제공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역시 기획보도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한겨레의 ‘중국대륙에 떠도는 한국인 2세’는 버림받은 한국인 2세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 내에서 사회문제화 됐던 한국인의 비이성적 행동은 적지 않게 보도되었다. 하지만 현지처와 사이에서 태어난 2세 문제는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 기사는 일단 이 문제를 관심의 대상으로 끌어내는데 성공했다고 하겠다. 한겨레는 베트남의 ‘라이따이한’에 대해서도 깊은 애정과 관심을 보인 바 있어 이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후속보도를 기대해 본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는 9개 작품이 출품되었는데 그 중에서 KBS대전의 ‘K-10 또 추락’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찰나적인 순간을 적시에 포착한 보기 드문 작품이다. 전투기가 이륙한 직후부터 추락까지 사고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그런데 취재기자를 동행했던 촬영기자는 외부인력이라는 점에서 자격문제에 관해 논의가 있었던 점을 밝혀 둔다. 최근 들어 사진-촬영취재를 외부에 용역을 주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기자협회 차원에서 프리랜서 기자의 출품자격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던 것이다.
국내에는 프리랜서 기자라는 개념이 생소한 편이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프리랜서들이 활발한 취재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1970년 베트남 전쟁 당시 밀라이 학살사건을 고발한 세이무어 허쉬도 프리랜서였다. 그는 학살현상을 카메라로 기록하여 세계에 알렸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취재환경의 변화에 맞춰 이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지역기획보도부문에서는 제주일보의 ‘제주의 잣성’이 수상의 기회를 잡았다. 이 작품은 제주의 옛 목마장(牧馬場)에 경계용으로 쌓았던 석축물인 ‘잣성’의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했다. 고증을 통해 600리에 이르는 잣성의 위치를 소개함으로써 보존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역할이 호평을 얻었다. 또 목축유산답사 코스를 개발하는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보도부문에서는 연합뉴스의 ‘오심이 가른 희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기대주 김동성의 승리가 심판의 어이없는 오판으로 패배로 뒤집어지는 순간을 포착한 작품이다. 피해자이자 패배자인 김동성의 형언하기 어려운 허탈한 표정과 오판의 수혜자가 환호하는 표정이 교차하는 극적인 순간을 잡았다. 다른 매체도 이 장면을 보도했지만 이 작품이 희비의 교차점을 더 절묘하게 묘사했다는 점이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