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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상근 변호사제 도입

서정은 기자  2002.04.03 11:5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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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변호사 5명 순번 출근 기사 열람

대부분 소송 발생시 ‘사후 처리’ 그쳐

언론사 고문변호사 현황



문제가 될만한 기사를 사전 열람해 명예훼손 소송에 대비하는 언론사 자문 변호사 제도가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송 위험에 시달리고 있는 기자들은 자문 변호사 수를 늘리거나 상근 변호사를 채용해 기사 사전 열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일부 언론사들은 외국처럼 상근 변호사를 두고 있지는 않지만 적게는 1명, 많게는 3∼5명 정도의 고문·자문 변호사를 선임해 사전 기사열람을 실시하고 있다. MBC는 5명의 자문 변호사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순번제로 출근해 오후 6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9시 뉴스데스크의 모든 기사를 열람하고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을 점검하고 있다. SBS는 보도와 관련, 3명의 자문 변호사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보도국 기자들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기사에 대해 전화나 팩스 등으로 자문을 받는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은 1명의 고문 변호사를 두고 사전 기사열람을 의뢰하고 있다. 한겨레도 법무법인과 계약을 맺어 민감한 기사에 대해서는 사전 열람을 의뢰하고 있다.

국민일보, 대한매일 등은 기사 사전 열람 대신 소송이 발생할 경우 사후 처리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변호사나 법무법인과 계약을 맺고 있는 경우다. 따라서 이들 언론사들은 장기적으로는 상근 변호사제를 도입하는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일보 한 관계자는 “사건이 발생하는 대로 변호사를 선임해 해결하고 있으나 근래 들어 보도 관련 소송이 늘어나 고문 변호사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한 관계자도 “민감한 사안에 대해 사전에 기사 스크린을 하고 있지만 상근 변호사제 도입도 배제할 수 없다.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사안”이라고 밝혔다.

기자들도 자문 변호사 수 확충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한 언론사 사회부 기자는 “상근 변호사가 있으면 좋겠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 문제가 간단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서너명 정도 비상근 자문변호사를 선임해 급하게 상의할 일이 있을 때 쉽게 연결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자문 변호사가 1명이라는 건 ‘이런 제도가 있다’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기자들은 대부분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변호사를 통해 자문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신문사의고문변호사도 “현재 신문사들이 활용하고 있는 변호사 자문이란 게 독자로부터 항의가 있을 때 언론사 책임 여부를 물어보는 ‘사후약방문’ 수준”이라며 “언론사 형편상 쉽지 않겠지만 기사에 대해 제대로 사전 자문을 받으려면 상근 변호사를 두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가 지난 1일 김태수 변호사를 상근으로 채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 변호사는 매일 오후 조선일보 독자서비스센터로 출근해 조선일보 가판 기사의 사전 열람을 담당한다. 또 독자서비스센터에 접수되는 법률문제 검토, 반론·정정보도 게재 여부, 독자권익보호위원회 소집 여부 등을 판단하는 일도 함께 진행한다. 조선일보는 이번에 상근 변호사를 채용하면서 기존의 기사 사전 열람 변호사를 7명에서 5명으로 줄였다. 상근 변호사가 가판 전체를 점검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만한 소지가 대부분 걸러질 것으로 판단, 가판 이후의 기사를 열람하는 변호사는 5명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독자서비스센터 이항수 기자는 “법률적 다툼이나 사소한 실수 등을 최대한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사전 기사 열람을 강화하기 위해 상근 변호사를 채용했다”며 “변호사가 매일 출근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만한 기사에 대해 편집국에서 바로바로 상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