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특성상 언론매체는 모두 관영이지만, 그렇다고 달콤한 독점의 특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다. 한-중 기자협회 연례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 18일부터 열흘간 중국 언론사들을 돌아보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경쟁력’과 `비즈니스 마인드’였다. 월스트리트의 벤처기업에 온 것이 아닌지 혼란이 생길 정도였다.
열흘간 돌아본 주요 언론사는 신화(新華)통신과 중국중앙TV(CCTV) 법제일보(法制日報), 경제일보(經濟日報), 후난(湖南)TV, 선전특구보(深土川特區報) 등 이었다. 중국 언론은 거대 공룡 규모를 갖고 있으면서 공공성과 수익성을 아우른다는 기능적인 특성을 갖고 있었다.
11개의 채널을 갖고 있는 CCTV는 뉴스 전문 제1채널의 광고수익을 주수입원으로 하고 있었다. 지난해 총 광고수익 60억위안(9천6백억원) 가운데 제1채널에서만 50억위안을 벌어들였다. 이중에서도 황금시간대(오후 7시30분 전후)의 광고비가 25억위안에 달할 정도로 광고의 뉴스집중도가 생각보다 강했다. 경제와 생활, 드라마, 스포츠, 영화, 국제 등으로 특화된 채널 가운데 드라마만 어느 정도 수익성이 있을 뿐이다. 나머지는 수익성 보다는 공공성에 역점을 둔 채널이었다.
베이징(北京)의 경제일보와 선전특구보는 모두 덩사오핑(登小平)과 깊은 인연이 있는 신문들이다. 1983년 덩이 창간을 주도한 경제일보는 지금도 경제발전을 화두로 삼고 있는 중국 지도자들이 가장 애독하는 신문이다. 중국 최초 경제전문지라는 프리미엄 덕에 한때 매일 200만부까지 발행했지만, 각 성마다 앞다투어 경제지를 창간하면서 85만부로 줄었다. 중국 4대도시인 선전의 대표적인 선전특구보는 지난 92년 덩 사오핑의 남순강화 내용을 신화통신에 앞서 보도해 역사적인 특종을 한 신문이다.
7개 채널을 갖고 있는 후난성 성도 창사(長沙)의 후난TV는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지방방송의 입장에서 발빠르게 비즈니스 마인드를 발휘하고 있었다. 98년 주식시장에 처음 상장해 첫해에만 15억위안(2천4백억원)을 유입했다. 이는 좋은 프로그램 제작의 자양이 됐고 이를 토대로 다시 광고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후난 TV는 본업 외에 대규모 레크리에이션 단지와 국제 컨벤션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후난성의 대표적인 신문인 후난일보 역시 창사 시내 중심가에 `뉴스(New)호텔’을 운영하며 본업 외 수익사업에 힘을 쏟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 공안들에게 가장 끝발 있는 곳은 베이징의 법제일보인 듯했다. 인민일보와 광명일보 등이 주로 정부의 이념적인 지침을 전달한다면, 법제일보는 종합지이면서도 검·경 등 공안당국과 관련된 일종의 사회부성 기사에 역점을 두고 있는 듯했다. 법제일보 편집국 간부들과의 오찬 도중에 우리측 대표단이 즉석에서 배갈과 칭타오 맥주로 제조한 폭탄주를 연거푸 들이키며, 공안과 겨루면서 닦았다는 술실력을 발휘했다.
외국 TV채널을 접근할 수 없는 베이징의 평범한 가정이 가장 기초적인 유선방송 가입을 통해 선택할 수 있는 채널수는 30여개. 풀옵션으로는 수백개의 채널까지 시청이 가능하다. 신문 역시 중앙과 지방을 포함해 수백개. 언론시장을 세계에 개방하기 전에 이미 중원에서는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지 않을 수 없는 구도였다.
“실력을 키우려면 자금이 관건”이라며 “중앙은 물론 타 지방방송과의 경쟁, 성내 타 방송과의 경쟁, 같은 방송국내 채널간의 경쟁 등 3중, 4중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강조한 후난 TV 간부의 말은 중국 언론이 처한 상황을 요약했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경쟁력이 있어야 살아 남는다는 국가적인 명제에서 언론도 예외가 아니었다.
올해 한·중 기협교류는 대도시(베이징·선전)와 지방도시(창사 등)에서의 일정이 정확하게 절반씩 배분됐다. 그러나 변화하는 중국의 실상을 보다 가까이에서 목격하기 위해서는 성(省)급 지방도시에 더욱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바람직할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