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대북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언론이 서해 교전 사태 보도에서도 북한측 주장을 무시하거나 축소하면서 냉전 분위기를 조성한 데 이어 북한에 억류됐던 금강산 관광객 민영미 씨 사례 역시 북한에 부정적인 미확인 풍문에 보도가 춤을 췄다.
민씨가 억류되어 있던 22일 신문과 방송은 일제히 문제가 된 민씨의 발언이 사실은 북한 측의 유도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고 크게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23일자에서 "민씨, 북 유도질문에 당했다"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으며 경향신문, 국민일보, 대한매일, 동아일보, 문화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가 이 대열에 합류했다. 중앙 종합지 가운데는 조선일보와 한겨레만이 보도하지 않았다. 방송도 kbs와 sbs가 메인 뉴스 시간에 크게 보도했다. "추정된다" "보인다" "설" 등으로 시작된 기사들은 모두 민씨와 함께 금강산에 간 관광객들을 인용하여 "북한 감시원이 민씨에게 '남한에서는 귀순자를 잡아서 바로 죽이지 않느냐'고 묻자 민씨가 김용, 전철우, 신영희 씨 등을 예로 들어 '잘 살고 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언론들은 이를 근거로 북한의 계획적인 사건으로 단정하였다.
하지만 민씨가 돌아온 이후 정부 조사 결과 민씨의 발언은 유도 질문의 결과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민씨는 조사에서 "처음 대하는 북한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해 먼저 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민씨가 먼저 북한 감시원에게 건넨 "빨리 통일이 돼 우리가 금강산에 오듯이 선생님도 남한에 와서 살았으면 좋겠다", "전철우나 김용이 잘 살고 있다"는 발언이 억류의 빌미가 된 우발적 사건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이 기사를 보도하지 않은 언론사의 한 기자는 "언론이 인용한 관광객들은 민씨와 같은 팀도, 대화 내용을 직접 들은 것도 아니었다"면서 "민씨 일행이 있던 갑판에서 풍문으로 나돌더라며 기자들에게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자는 "북한 관련 보도는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악습이 이번 보도의 원인이라고 꼽으면서 "안보 상업주의 논란을 일으켰던 서해 교전 사태를 보더라도 대북 보도는 언제나 자극적·위협적으로 나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언론계에서는 냉전적 대북 보도를 막기 위해 기자협회를 비롯해 언론노련, PD연합회 등 언론 3단체가 남북 보도·제작 준칙을 마련한 바 있다.
여기에 따르면 대북 보도는 "냉전시대에형성된 선입견과 편견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보도·제작함으로써 남북 사이의 공감대를 넓혀 나간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