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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진상규명·공론화는 언론 의무"

기자포럼 '4·3과 언론의 역할'

김상철 기자  2002.04.03 13: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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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사건 진상규명의 현장에 있어야 할 언론은 어디에 있었는가.”

지난달 29일 언론재단과 기자협회가 주최하고 제주도기자협회가 주관한 제19회 기자포럼 ‘제주 4·3 진상규명에 있어서 언론의 역할’ 토론회에서는 4·3사건에 대한 언론의 조명과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서중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4·3사건은 한반도의 모순이 집중된 한국 현대사의 축소판”이라며 “4·3사건 진상규명은 역사 바로세우기와 직결된다”고 규정했다. 김삼웅 전 대한매일 주필은 ‘제주 4·3사건의 언론보도 문제점’ 발제를 통해 “수구언론이 철저하게 4·3사건을 이념대결로 몰아가고 여타 언론들도 4·3에 대한 인식과 해결방식, 보도태도에서 다른 민간인 학살사건과는 차별성을 보임으로써 희생자 유족, 지역주민들의 불만과 우려를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주필은 “과거의 잘못된 평가, 즉 ‘폭동·반란론’의 편향된 이념적 경향성”을 이같은 보도태도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수구언론은 기회만 있으면 4·3사건에 대한 음해성 기사를 쓰고 공정보도를 기피해 왔으며 4·3사건 명예회복 자체를 매도하는 보도자세를 견지해왔다”는 것이다.

김 전 주필은 이밖에 △동포 3만여명이 희생당한 해방공간 최대 사건임에도 불구, 관심을 보이지 않는 역사의식의 빈곤 △미국측 개입 의혹을 외면하는 사대의식 △노근리 보도 등에서 드러나는 외신추종 습성 등이 홀대·편향보도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고홍철 제민일보 논설위원은 “자칭 민족지라는 신문이 여전히 4·3사건을 폭동이라고 매도하고 4·3특별법을 공격하는 데 대해 ‘변방의 언론’으로서 자괴감마저 느낀다”며 언론의 ‘전국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고 위원은 “언론은 제주도민들의 분노가 음지에서 폭발하기 전에 이 문제를 양지로 끌어내 공론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에서는 4·3사건에 대한 적극적인 조명과 함께 ‘가해자’의 기록을 취재·발굴해야 할 과제가 언론에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강동우 한라일보 정치부 차장은 “비록 열악한 취재여건이라고 할지라도 도내 언론이 유족 등 피해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가해자 진영의 증언과 자료 등을 조사하고 비교 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종철 민주화보상심의위 전문위원도 “광주 5·18백서에도 당시 군의작전기록, 군사재판 등 가해자측의 자료는 결국 싣지 못했다”며 “언론이 이같은 부분에 대해 더 치열하게 발굴하고 검증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ksoul@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