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가 현대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밥·꽃·양’ 기사를 누락해 논란을 빚고 있다.
문화일보는 지난달 25일 월요일자 ‘남과 여’면의 머릿기사로 이 영화 내용을 비중 있게 다루기로 하고 기사 작성까지 마쳤으나 23일 토요일 편집회의에서 돌연 기사출고가 취소됐다. 이에 따라 25일자 신문에는 머릿기사가 갑자기 취소된 ‘남과 여’ 면 자체가 실리지 못했다.
문화일보가 이날 기사화하기로 했던 다큐 영화 ‘밥·꽃·양’은 98년 현대자동차 정리해고자 가운데 구내 식당 아주머니 144명 전원이 1차로 해고된 이유와 이후 이들이 3년간 복직투쟁을 벌인 과정을 담은 여성 감독 2명의 작품이다. 이 영화는 특히 노동운동 진영 내부의 성 차별적인 관행과 노조의 이기주의적 속성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을 빚기도 했었다.
기사를 작성한 생활부 정희정 기자는 “25일자 신문에 보도되는 것으로 알고 기사 출고를 했다. 그러나 부장회의에서 갑자기 취소됐다고 들었다”며 “이 기사가 머릿기사였기 때문에 다른 기사를 준비할 시간이 없어 ‘남과 여’ 면 자체가 빠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문화일보가 기사 작성까지 끝낸 이 기사를 갑자기 취소한 것은 현대 눈치를 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노조 공정보도위원회는 지난 3일 공보위 보고서에서 “이 영화는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과정에서 노동운영진영 내부의 성 차별적인 관행을 주로 다뤘기 때문에 특정기업을 자극하는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며 “경영환경 등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게재할 수 있는 기사였는데 지나치게 눈치를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희조 당시 편집국장은 “토요일 저녁 부장단 편집회의에서 담당 데스크가 현대자동차 구조조정 때 식당여성들이 불합리하게 1차적으로 해고된 내용을 소재로 하는 영화라고 발제를 했다. 이에 대해 당시 회의 분위기가 현대와 문화의 3각 관계를 봤을 때 섣불리 보도하는 것은 적절히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이 기사가 빠지게 된 경위가 현대와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