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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다시보기] 좌파가 본 좌파보도

기고  2002.04.10 14: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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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민주노동당 기관지 ‘진보정치’ 편집위원장



우리 사회에서는, 적어도 언론 보도를 통해 나타난 우리 사회에서는 좌파는 ‘악령’이다. 여도 야도, 신문도 방송도, 진보정당에 애정을 표시하는 보수 지식인들에게도 좌파는 존재해서는 안 될 또는 매우 위험한 ‘에비!’일 뿐이다. 수면 위에 드러나는 색깔 이념 논쟁은 예외 없이 ‘좌파는 악령’이라는 부당 전제를 깔고 있다. 그래도 ‘빨갱이’에서 ‘좌파적’으로 용어가 달라진 것을 두고 색깔론이 사회적 진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중이라고 자위라도 해야 하나.

그곳에는 진실이 없다. 거짓 투성이뿐인 정치적 공방만이 ‘팩트’라는 이름으로 지면과 화면을 채우고 있다. “급진 세력이 좌파적 정권 연장을 기도하고 있다”고 이회창이 말하자 조선일보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 새빨간 거짓말을 1면 머리 기사에 올렸다. 다른 신문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감춰져있던 엄청난 ‘사실’을 이회창이 폭로해서인가. 너무 심한 거짓말이라서 그런가. ‘정치적’으로 큰 ‘함의’가 있어서? 앞으로 색깔로 조지겠다는….

무엇보다도 대중들을 색깔과 지역의 볼모로 잡아놓으려는 수구기득권 세력들의 필사적인 노력의 일환이다. 조선과 동아가 가장 적극적으로 발가벗고 이 작업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런데 ‘격화’되고 있는 모든 색깔과 이념 공세의 근거와 배경은 모조리 따옴표 안에 갇혀 있다. 따옴표 사이에는 정치인의 발언만 있다. 오래 전에 한 말 한마디, 전혀 진보의 잣대로 삼기 어려운, 그나마 단편적인 정책 내용이 초라한 근거로 내세워지지만 진보나 좌파가 포괄하는 정치 사회적 의미는 그렇게 간단하게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그들 ‘언론인’들도 잘 알 것이다.

‘대세론’이라는 대궐에서 편히 노닐다가, 또 다른 궁중에서 김칫국을 마셔대다가 졸지에 거리에 나앉을지 모르게 생긴 이인제, 이회창이 물불 안 가리고 쏟아내는 거짓 담론들을, ‘사실보도’라는 방패 뒤에 자신들의 욕망을 숨긴 채 대서특필함으로써 대중을 참주선동하고 있는 언론들. 특히 ‘주요 신문’들.

지금 노무현이 조선 동아에 부당하게 두들겨 맞고 있다. 그러나 필자에게 더 가슴 아픈 것은 진보와 좌파의 가치가 오랫동안 터무니없이 당해온 ‘역사적 구타’이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진행형이다. 나는 언론계에서 밥값을 벌어먹는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밥값이라도 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그것은 중도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김대중 정권의 정책이 역사의 길”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보수적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는 노무현을 향한 공격은 그에 맞는 칼을 쓰는 일이며, 유령처럼 묘사되는 진보와 좌파적 가치―우리 희망의 근거지인―에 대해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취재보도’를 하라는 것이다. 당비 내는 당원 기준―2만명―으로 남한 최대 정당인 민주노동당은 이런 가치를 정치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정당이며, 준비돼있는 취재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