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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색깔론 지친 몸, 마음고생까지

민주당 출입기자 경선 휴일 없는 강행군 '한달'

박미영 기자  2002.04.10 14:3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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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 국민 경선 현장 참여 자부심

“주장한다고 다 보도해야 하나” 고민도







제주에서부터 울산, 광주, 대전, 충남, 강원, 경남, 전북, 대구, 인천, 경북….

유래 없는 민주당 대선 후보 국민 경선이 시작되면서 정치부 기자들은 한달 넘게 전국을 순회하며 주말 없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정치의 계절, 음모론과 비방전이 난무하는 선거판을 취재하는 정치부 기자들은 몸도 마음도 고달플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상 처음으로 실시되는 국민 경선 ‘드라마’를 현장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적지 않다.

홍지영 SBS 정치부 기자도 민주당 경선이 시작된 지난 3월 9일부터 한달 넘게 하루도 쉬지 못하고 강행군을 계속했다. 지난 7일 포항에서 있었던 경북 경선 때는 8시 뉴스리포트를 하고 나자 비행기가 끊겨 버스를 타고 8일 새벽 3시가 넘어 서야 집에 도착했다. “신문은 일요일자라도 안내지만 방송은 매일 뉴스가 나가잖아요. 오후 6시에 속보로 개표뉴스를 내보내고 8시 뉴스 리포트를 하려면 그 시간이 평소에 비해 엄청 바쁩니다. 그렇게 토·일요일을 보낸 것이 한 달이 넘었네요.”

특히 여기자가 많지 않은 정치부에서 경선 취재를 하고 있는 홍 기자는 “3월부터 봄나들이 한번 못하고 아빠랑 집에서 라면만 먹는 세돌 된 아이한테 미안하지만 정치부 기자로서 처음 시도되는 국민 경선을 취재할 수 있는 기회가 닿은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한 중앙일간지 민주당 출입기자도 “국민 경선은 앞으로 대선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 선출직에 모두 적용될 수 있다. 논문도 쓸 수 있는 아이템으로 우리 정치에 미치는 의미가 적지 않다”며 “그 현장 속에 있는 것이 흥미진진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선 후반부로 가면서 음모론과 비방전이 난무하는데 대해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또 후보들의 이같은 발언을 보도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중계만 하자니 언론이 음모론을 부추긴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고민이라고 말한다.

MBC 정치부의 한 기자는 “사안을 증폭시키거나 후보들간에 싸움을 시키려고 한다기보다 후보들이 주장하는 그대로 담아주는 측면이 크다”며 “음모론 등의 주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를 보도하지 않거나 지적만 할 경우 특정후보를 지지한다는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 한 민주당출입기자도 “한두번 들은 얘기도 아니고 새로운 뉴스거리도 아닌데 주장한다고 보도하자니 고민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언론에서 시시비비와 경중을 가려서 보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기자는 “음모론이 현장에서 잘 먹히지 않는다”며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공허하고 식상한 주의주장만 있는데다가 같은 당 소속끼리 경쟁하는 것이어서 지나친 비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라는 것이다.

이제 민주당 경선에 이어 오는 14일부터 한나라당 경선이 시작되면 그동안 상대적으로 편한 주말을 보냈던 한나라당 출입기자들의 몸도 고단해지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한 신문사 기자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정치부 기자들의 고민과 고달픔은 경선에 이어 본선인 대선이 시작되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박미영 기자 mypark@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