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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사제도 곳곳서 '파열음'

"객관적 평가 어렵다" 내부 반발 심해

박미영 기자  2002.04.10 14: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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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내부 경쟁·사기 저하 우려도





동아일보 MBC SBS 등 일부 언론사들이 도입할 예정인 신인사제도가 내부 반발에 부딪히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능력과 성과에 따라 평가하고 이를 승급과 급여에 반영함으로써 성과 중심의 조직을 만들겠다는 신인사제도의 취지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평가방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기자들의 업무 성격상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울 뿐 아니라 지나친 경쟁으로 생산성 향상보다는 공동체적 분위기만 저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동아일보는 상반기 시범실시를 거쳐 오는 7월부터 본격적으로 새 인사제도를 도입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최종안을 마련 중에 있지만 노조는 새 인사제도의 핵심이 되는 평가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동아일보 새인사제도의 핵심은 상대평가를 통해 등급을 나누고 등급에 따라 승급과 성과급에 차등을 둔다는 것. 평가는 R(최상위), E(상위), A(보통), N(하위) 등 4등급을 각각 10%, 20%, 60%, 10%씩 배분하게 된다. 결국 10명이 한 부서인 경우 1명은 N등급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

동아일보 노조 서정보 사무국장은 “아직 회사측과 최종안을 놓고 협상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평가의 기본 틀인 상대평가 방식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동아일보 노조(위원장 이기홍)가 주최한 대의원수련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달 29일자 동아 노보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부서 내에서 반드시 10%는 N등급을 받도록 한 상대평가는 기자 업무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외에도 데스크에게 한번 잘못 보이면 평생 하위 등급을 받아야 하는 문제나, 부서간 기사제보 또는 취재공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또 획일화된 평가 기준이 각국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올해 안에 인사제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던 MBC도 노조의 반대로 벽에 부딪혀 있기는 마찬가지다. MBC는 지난해부터 평가제도를 개인평가(역량+업적), 상향평가, 조직평가로 세분화하는 등 개선하고 이를 승진과 보상에 직접 반영하는 방향의 인사제도개편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노웅래)는 인사제도의 출발점이 되는 평가제도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고 있지 않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적용하려던 새 인사제도는 현재 논의조차 제대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는 특히 자동승급(호봉승급)을 폐지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C나 D등급을 받을 경우 현행 제도보다 급여가 감소하는 방안을 인센티브 제도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반대하고 있다.

SBS도 현재 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능력급제를 내년부터 전사원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노조와 인사평가제도 개선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평가등급 배분과 상향평가 적용 부분에 있어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위원장 송영재)는 “회사가 제시한 5단계 등급 배분이 너무 많아 지나친 내부 경쟁과 하위 등급의 사기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등급배분 방법을 재검토하라는 것이다. 또 상향평가의 방식과 적용비율도 논란거리이다. SBS 노사는 지난 2월말 상향평가는 검증절차를 거쳐 올 연말까지 적용 방법을 결정한다는 데 합의했으나 회사는 실질 평가를 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노조는 구체적 기준 마련을 위한 시험평가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같이 언론사에 확산되고 있는 능력급제를 골자로 한 신인사제도는 그 기준이 되는 평가방식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미영 기자 mypark@journalist.or.kr